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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란 “한국 계좌서 돈 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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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순방에 나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25일 이탈리아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났다. [로마AP=뉴시스]

‘이란발 특수(特需)’를 기대하고 있던 국내 기업과 정부가 복병을 만났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측은 경제 제재로 2010년 이후 국내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석유 수출대금을 본국으로 들여가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이 계좌는 2010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로 그간 국내 기업의 이란 수출입 대금 정산에 쓰여 왔다.

27일 정부 관계자는 “대외 자산 동결 조치가 풀리면서 이란 측이 계좌에 있던 자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게 사실”이라며 “정부는 일단 만류하면서 한편으로는 원화 결제 계좌를 계속 유지하자는 뜻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와 3조~4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잔액은 현재 국내 기업이 이란과 안정적으로 교역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다. 미국이 여전히 이란과의 달러 거래는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 측은 계좌를 유지해 달라는 한국 정부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께 담당자를 현지에 보내 이란 중앙은행과 협의에 나서고 다음 달 말 예정인 한·이란 경제공동위에서도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정부 “원화 계좌 유지 협의를”…콧대 높아진 이란 묵묵부답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화 계좌는 안정적인 데다 환율 변동 위험도 없어 우리 기업들에 유용하고, 이란도 당장 원유 거래를 하려면 원화 거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으로서도 복구사업에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과의 거래에서도 결제통화를 위안·유로·엔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원화 잔액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 할지는 불확실하다.

해외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의 본국 송금 가능성은 원화 약세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란과의 유로화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미국과 까다로운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달러만 거래되는 국내 외환시장의 특성상 유로화 결제를 하려면 달러와 미국 금융회사가 중간에 낄 수밖에 없다”며 “미국 재무부와 협의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단독]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처음…내달 경제사절단 급파

한편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이르면 4~5월 성사될 것이라고 한다.

세종=조민근·조현숙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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