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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아동학대로 숨져도 가해자 6.66년만 살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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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생후 22개월의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라”는 이웃의 항의에 격분한 엄마 A씨(23)가 아들의 오른손을 붙든 채 주먹으로 배를 4번이나 내질렀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월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형사8부는 상해치사죄만 인정해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1, 2심의 판단은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에서 갈렸다.

 A씨는 검찰에서 “2대 정도 세게 때리니 아들이 숨을 못 쉬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해 아들이 죽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죽은 아들이 계속 꿈에 나타난다. 죽고 싶다” 등의 진술과 어긋난다는 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혼모가 어린 자녀 2명을 양육할 수밖에 없어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맨주먹과 발로 7세 아이를 짓밟아 사망케 했던 ‘울산계모’ 사건 판결(2014년 4월) 이후 아동학대 사망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계속되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법원이 “자식을 죽이려고 때리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는 가해자들의 항변에 주춤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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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된 사건에서 법원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재판 경향이 친부모라도 엄벌하자는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고 있다”(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완진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부천 초등생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친부 등이 살인죄로 기소될지가 관심인 가운데 본지는 ‘울산계모 사건’과 ‘칠곡계모 사건’(2014년), ‘인천 소금밥 사건’(2013년) 등 2001~2015년 판결이 내려진 피해자 사망 아동학대 사건 판결문 30건을 정밀 분석했다

. 그 결과 살인죄가 확정된 건 3건이었고 한 건은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사건들은 상해치사(7건), 유기치사(4건), 폭행치사(4건), 학대치사(3건) 등으로 처벌됐다.

울산계모 사건 이전엔 검찰도 살인죄 적용을 기피했기 때문인지 아동을 사망케 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6.66년에 그쳤다. 가해자는 엄마(9명)와 새엄마(9명)가 가장 많았고 아빠(7명), 기타(7명) 등이었다. 피해 아동의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울산계모’ 사건의 쟁점도 미필적 고의였다. 40대 여성이 입양해 키우던 7세(여) 아이를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해 죽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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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은 상해치사죄(징역 15년)만 인정한 1심(울산지방법원 형사3부) 판결을 깨고 살인죄(징역 18년)를 인정했다.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최초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살인죄가 확정된 아동학대 사건은 쇠파이프로 때린 한 건뿐이다.

 지난해 6월 서울의 가정주부 B씨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두 살짜리 아들의 입에 스타킹 2개로 재갈을 물렸다. 이어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 전체를 포대기로 감싸 침대 위에 30분간 엎어 놔 죽게 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역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아동학대치사죄(징역 8년)만 적용했다. B씨가 ▶정신질환을 앓았고 ▶특별한 살해 동기가 없었으며 ▶스타킹으로 코까지 막진 않았다는 이유였다.

  2014년 4월 중순,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하고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아빠 C씨가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재우고 PC방에 가려는데 잠들지 않아 손날로 명치를 3번 내리쳤고 숨을 헐떡거리자 입과 코를 손으로 틀어막았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진행된 1, 2심 재판 결과는 널뛰었다. 1심(대구지법 형사12부)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형을 선고했지만 2심(대구고법 형사1부)은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살인은 무죄, 아동학대와 사체유기 혐의만 유죄라고 본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도 2심의 소극적 판단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입과 코를 막지 않았더라도 손날로 내리칠 때 이미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살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관련 기사 아동학대 판결, 가해부모 상황 우선 참작…피해아동은 잘 안살펴

 ‘울산계모’ 사건의 공판을 맡았던 박양호 검사는 “‘부모가 죽이려고 때렸겠느냐’는 고정관념이 미필적 고의 인정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관련 판결을 연구해 온 이세원(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씨는 “오히려 가해자를 동정하는 등 물리적·심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아동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판결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장혁·정혁준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혹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인에 이르게 한 경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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