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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서 잘린 선원 손가락, 원격 응급처치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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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강원도 전방 초소 군인들이 경기도 국군의무사령본부와 원격진료 시스템으로 상담하고 있다. [뉴시스]


원양어선 사조포텐시아호의 선원 윤모(53)씨는 지난해 7월 31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조업을 하던 중 왼쪽 중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동료 선원들은 원격의료를 위해 배 안에 미리 설치해둔 확대경으로 윤씨의 환부를 촬영한 뒤 부산대병원 해양원격의료센터로 전송했다.

당시 센터에 근무 중이던 의사는 곧바로 전송된 자료를 분석한 뒤 화상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응급처치를 내렸다. 윤씨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생리식염수로 손가락과 잘린 부분을 소독하고 마르지 않게 잘 감쌌다. 배에 비치된 항생제도 의사 처방에 따라 정해진 시간마다 정량을 복용했다.

덕분에 윤씨는 중간 기착지인 피지에 무사히 내린 뒤 비행기편으로 귀국했고, 국내 병원에서 성공적인 봉합 수술을 받았다.

최병관 부산대병원 해양원격진료센터장은 “응급상황에서 의사와 선원들이 합심해 잘린 부위가 괴사되지 않도록 처치를 잘한 덕분”이라며 “이처럼 원양어선 선원들에게 원격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도입된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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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7일 “원격의료 대상자 24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88.9%였다.

이번 2차 사업으로 원격의료 혜택을 본 환자는 윤씨 등 원양어선 6척 선원을 비롯해 11개 도서벽지 주민, 50개 군부대 장병, 30개 교도소 수감자, 6개 노인요양시설 환자 등 5300여 명이다. 1차 시범사업은 2014년 이뤄졌다.

원격의료는 이역만리에서 응급상황에 처한 선원뿐 아니라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당뇨병 환자 239명을 상대로 시범사업 이전과 참여 후 3개월이 지난 뒤 당화혈색소(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어 있는 상태,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수치를 조사했더니 참여 전 평균 8.0%에서 3개월 뒤 7.4%로 줄었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에 사는 김모(55·여)씨도 10여 년간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았다. 지난해 초까진 한 달에 한 번 배로 7시간 걸리는 목포시의 한 종합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은 뒤 약을 처방받았다. 목포로 가는 배편은 하루 한 번뿐. 병원에 가려면 1박2일 일정을 잡아야 했다. 그래서인지 혈압과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격의료 시범사업 혜택을 보게 되면서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김씨는 이제 더이상 목포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 주 2~3회 동네 마을회관에 설치된 장비로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 뒤 진도군에 있는 의사에게 인터넷으로 결과를 전송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도 수시로 화상통화를 하며 의사와 상담했다.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진도군의 약국에 처방전을 보냈고, 병원 지정 간호사가 약을 받아들고 관매도로 건너가 김씨에게 전했다.

이처럼 꾸준히 관리를 받은 덕분에 김씨의 건강도 좋아졌다. 김씨는 “의사 한번 만나려면 이틀이 꼬박 걸렸는데 지금은 언제나 필요할 때 상담받을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는 공공의료를 확대하려는 취지”라며 “앞으로도 의사의 손길이 닿기 힘든 의료 사각지대에 의료 혜택을 촘촘히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부에선 안전성 검증 부족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7일 “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내용과 참여 병원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원격의료에 따른 오진과 부작용, 해킹으로 인한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도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의료 취약지역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환자 이송 체계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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