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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보듬고, 집 짓고…더 좋은 세상 만들겠다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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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키스탄 아이들과 함께 있는 김민수 세이브더칠드런 과장 2 최성열 한국 해비타트 건축팀장(가운데) 3 신재학 굿네이버스 사회복지사 4 원정분 밀알복지재단 과장 5 네팔에서 활동 중인 김형준 유니세프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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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자원봉사자와 김민수 과장

<b>1</b>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7세에 삼성전자 재무팀에 들어간 젊은이. 여기까지는 앞길 창창한 ‘엘리트 샐러리맨’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직장생활이 내 인생의 대부분일 텐데 사무실 컴퓨터 앞에만 있어야 하나. 더 넓은 세계를 보면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7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미쳤다”며 소곤대는 이도 많았다.

그는 곧바로 비영리단체(NPO)의 문을 두드렸다. 1주일의 오리엔테이션 뒤 아프리카 말리로 파견됐다.

이후 중남미의 아이티와 한국 근무 등을 거쳤고, 26일 세네갈로 떠났다. 꿈을 위해 쉴 새 없이 전 세계를 누비는 주인공, 세이브더칠드런의 김민수(35) 과장이다.

김 과장이 ‘성공’보다 ‘꿈’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선의가 모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대학생 때는 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를 도왔고, NPO를 통한 정기적 후원도 꾸준히 해왔다.

김 과장이 맡은 임무는 교육사업 개발과 사후 관리다.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여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는 “생존이 최우선 목표인 지역에서 아이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6년 전 니제르에서 식량위기가 발생했을 때 뼈만 앙상한 영·유아 20~30명이 줄줄이 누워 있던 현장을 목격한 게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라고 했다. “영화나 TV에서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니 ‘정말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8년엔 말리 구호 현장에서 중국 정부가 파견한 의료팀의 통역을 맡은 중국인 여성을 만났다. 두 사람은 현지 구호활동가 모임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가까워졌고,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그는 현장 활동가의 주요 덕목으로 현장 중시와 전문성을 꼽았다. “현장에서 활동이나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석구석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 남을 더 잘 돕기 위해선 공학, 회계 같은 전문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 과장은 2012년부터 2년간 중국과 미국에서 공부해 경영·국제개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b>2</b> 주거 지원 NPO인 한국해비타트의 최성열(48) 건축팀장은 10년 넘게 집 짓기·집 고치기 작업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집만 해도 400채 가까이 된다. 최 팀장이 해비타트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입주민’으로서였다. 2001년 해비타트가 강원도 태백시에서 집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말끔히 단장된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자신의 집을 해비타트 직원·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그는 이듬해에 해비타트에 입사했다. 공고를 나와 덤프트럭 운전 등을 했던 그는 미지의 분야인 건축을 배우려고 대학에도 뒤늦게 입학했다.

그래서 그의 입에선 “돕는다”가 아니라 “배운다”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지금껏 함께 땀흘렸던 1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같이 집을 짓는 입주자들에게 매일 배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누구를 돕는 게 아니라 엄마, 아버지, 삼촌이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도 소박하다. “그냥 집을 잘 고치고 잘 짓는 거죠. 좀 더 좋게, 좀 더 따뜻하게….”

<b>3</b> 지난해 추석 신재학(33) 굿네이버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는 아동 학대 의심 신고에 하루에 네 차례나 응급출동에 나섰다. 그날 밤은 부모의 학대로 발가락이 부러진 아이와 함께 응급실에서 보냈다. 경기도 지역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을 돌보는 신 복지사에게 이런 일은 다반사다.

2006년 신 복지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어 굿네이버스에 입사했다. 그는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현장에 출동한다. 학대 피해 아동이 머무르는 그룹홈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정서 안정도 돕는다.

그는 “부모의 학대라는 가장 극한 위기에 빠진 아동들을 볼 때마다 어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입사 2년차 때 만난 피해 아동이 지난해 ‘선생님 덕분에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편지를 보냈을 때 신 복지사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NPO는 ‘좋은 일’을 한다는 막연한 환상보다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b>4</b> 원정분(38) 밀알복지재단 기획사업팀 과장은 사춘기 시절에 스스로 밥도 제대로 떠먹지 못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을 보며 ‘저 사람은 어떤 의미로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중증 장애인들의 삶, 그 틈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원 과장이 사회복지라는 틀 안에서도 장애인 복지를 선택한 이유다.

올해 딱 10년차인 원 과장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장애 아동 단원들로 구성된 첼로앙상블 ‘날개’다. 원 과장은 “장애 아동이 다른 사람들처럼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3년 전부터 해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미술지원사업 ‘봄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원 과장은 좋아하는 일이 생기게 된 장애 아동이 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을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장애인들에게 더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그의 목표다. “일이 힘들어도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뚜렷한 목표와 현실에 지지 않을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b>5</b> 김형준(34) 유니세프 네팔사무소 직원은 지난해 4월 네팔 대지진의 ‘난민’이었다. 살고 있던 집에 금이 가 한 달간 텐트와 차량 뒷좌석에서 잠을 잤고 씻지도 못했다. 아내와 5개월 된 아이도 함께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구호활동을 했다.

2013년에 입사한 김씨는 현재 네팔 유니세프 보건팀에서 현지인들에게 백신을 공급하고 산모들이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학 시절부터 난민 분야에 관심이 많아 난민 지원 NPO에서 활동했고, 유학 비용을 벌고자 현대차 해외기획실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아프가니스탄 재건팀에 파견돼 1년간 분쟁의 현장에 있었다.

그는 “현장에 있음에도 치안 문제로 밖에 많이 다니지 못한 게 늘 아쉬웠다”며 “네팔에선 우리의 사업들이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걸 눈앞에서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홍상지·정종훈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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