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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종인, ‘호랑이가 산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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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겸 비대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운신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우려와 기대가 따라다닌다.

지난 대선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이었던 김 위원장. 공약을 함께 짜봤던 친박계 의원은 “전형적인 독불장군”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더민주를 향해선 “당해봐야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요구할 게 생기면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도 정말 거침 없었다고 한다. 후보의 측근 그룹에서 같이 가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상징성이 커 선거는 일단 치르고 보자는 쪽으로 정리됐다. 박근혜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후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못 면했다.

결이 다른 얘기도 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야당 복 있는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리멸렬했던 제1야당의 요즘 상황이야말로 코뿔소 같은 김종인 스타일이 제대로 먹히는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악력 강한 박 대통령 밑에서 2인자에 만족할 그릇이 아니었다”며 “여권에서 잘 잡고 있었어야 했는데 호랑이를 산으로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우리 당에선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는데 야당에선 원기회복을 위한 양식이 되실 분”이라며 신중 모드였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은 “(김 위원장이) 강약을 조절할 줄 알고 정치적으로 노회하기 때문에 단기필마라고 얕보다간 크게 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과 인물 그리고 단단한 리더십과 비전으로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은 여당의 밥이 되기 마련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커녕 집안싸움하느라 날 새는 줄 모르는 야당은 국민적 짐이다. 제1야당이 결기를 되찾고 전략과 리더십으로 바로 서야 여당도 긴장하고 경쟁다운 경쟁에 뛰어든다. 중국 격언에 ‘산은 두 마리의 호랑이를 허락하지 않는다(一山不容二虎)’는 말이 있다. 김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종인 체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는 이미 나왔다. 친노 세력은 더민주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호랑이다. 누군가는 산을 떠나야 한다. 다시 팽당하면 우리 정치사에 흔치 않은 얼룩진 기록으로 남게 될 터. 친노나 김 위원장이나 벼랑 끝이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총선 관문을 지나면 바로 대선 국면의 초입이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국가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경쟁하며 어느 한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지 않던 때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택해 킹메이커로서 정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 호랑이가 다시 산으로 들어간 까닭은 못 다 펼친 꿈과 비전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마음속엔 누가 들어 있을까.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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