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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남자가 개발한 생리용품…IoT 결합했더니 해외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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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생리컵’ 룬컵과 연동되는 모바일 앱을 보여주는 황룡 룬랩 대표. 황 대표는 “여성의 월경을 특권으로 바꾸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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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개발중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네티즌들이 내는 소액 창업 자금을 모으는 사이트) ‘킥스타터’에 특이한 물건이 하나 올라왔다. 유아 젖병 젖꼭지처럼 생긴 이 물건은 ‘룬컵’(LOON CUP)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여성들을 위한 실리콘 생리컵이었다.

생리컵은 여성들이 월경시 생리혈을 모아주는 제품으로 삽입형 탐폰이나 속옷 부착형 패드 대신 쓰는 물건이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선 1930년대 개발돼 폭넓게 쓰이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이 펀딩 행사에 달린 댓글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생리컵은 모두 바보컵”, “상상만 하던 물건이 드디어 나왔구나” 등등. 모두 영어권 사용자들이었다.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올라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생리를 주제로 한 물건에 여성들이 그저 호기심 만으로 개당 40달러씩 결제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달간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은 당초 목표한 금액의 300%가 넘는 16만 달러(약 1억9000만원)를 모으며 막을 내렸다. 3600여명이 총 4900여 개의 룬컵을 예약 구매했다. 구매자의 85%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소비자다. 현지 언론들과 해외 스타트업 전문 매체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유치원생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룬컵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 생리컵’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붙었다. 인체에 착용 후 컵에 담기는 생리혈의 양과 색깔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들, 그리고 컵의 기울기를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가 탑재돼 있다.

측정한 정보를 사용자가 모바일 앱에서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컴퓨터(마이크로프로세서)와 통신 안테나도 들어 있다. 이런 전자 부품들은 룬컵의 끝 부분에 붙은 16미리미터(mm) 구멍 안에 다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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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재질의 말랑말랑한 이 물건은 뜻밖에도 한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했다. ‘룬랩’이란 이름의 스타트업을 만든 주인공은 33세의 한국 남성 황룡 대표다.

여자들끼리도 굳이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민망한 소재 ‘생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만든 황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일생의 절반, 최소 30년 가까이 매달 겪는 경험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생리컵을 쓰고 있던 여자친구와의 대화가 시작이었다. 곧이어 IoT를 붙여서 매달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한 물건을 만들어보자는 데로 생각이 뻗었다.

이참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팀을 꾸렸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그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해줄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엔지니어를 찾아내 6개월 이상 삼고초려 끝에 최고기술책임자로 모셨다.

국내보다는 해외, 특히 북미 지역이 타깃이다. 그래서 연구개발(R&D)과 제조는 모두 한국에서 하지만,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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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 등에서 실리콘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탐폰 독성쇼크증후군(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고열 및 후유증) 사례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인체에 무해하고, 한번 사면 재활용이 가능해 10년 정도 쓸 수 있는 생리컵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황 대표는 “생리컵 그 자체는 80년도 더 된 물건이지만 특별한 혁신은 없었다”며 “룬컵으로 생리혈의 양을 밀리리터(ml) 수준까지 체크할 수 있으니 난소나 자궁 건강의 이상 신호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엄청난 혁신기술이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기술과 훌륭한 디자인만으로도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며 “생리를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 아닌, 편안하게 건강을 체크할 기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룬컵은 향후 진단 기술을 가진 헬스케어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생리혈로 혈당·콜레스트롤 같은 다른 항목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는 룬컵 외에도 여성의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내다보는 룬랩은 생활가치 플랫폼이 될만한 아이템을 발굴 중인 SK텔레콤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엉뚱해보이는 룬랩이 그의 첫 창업은 아니다. 황 대표는 대학 신입생 때 애완견을 안전하게 거래할 통로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애완견 직거래 사이트를 만들었다.

또 9사단에 근무하던 군 복무 시절엔 군내 부품 재고를 찾기 어려운 불편을 해결하고 싶어 군내 정보검색 서비스 ‘9글’을 만들었다. 윗선의 허락을 받아 부대 내에서 쓰던 이 서비스는 이후 전 군에서 활용됐다.

룬랩 직전까지는 인디음악 음원을 관리하는 스타트업 ‘사이러스’를 창업해 8년간 운영했다.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직성인 성격이 그의 창업 에너지다.

그는 “엔지니어도 벤처 캐피탈리스트도 모두 남자들이 많은 한국에선 여성의 생리를 주제로 대화하기를 민망해하고 ‘그게 장사가 되겠느냐’는 시각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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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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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