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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국서 바짝 엎드린 폴크스바겐…한국선 뻣뻣한 ‘부실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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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자동차 업계에선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 제출하는 리콜(recall·결함 보상) 계획서를 ‘반성문’이라고 부른다. 반성문처럼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랬고, 어떻게 고칠지 적어내야 해서다.

그래서 업체 대부분이 ‘빽빽이’ 스타일로 열심히 써낸다.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도 문제지만 리콜을 잘하느냐에 회사 이미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그런 면에서 반성문 무서운 줄 모르는 회사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가 극히 부실하다”며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대표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27일엔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 임원도 추가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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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회장(가운데)이 지난 10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 고객들에게 “실망시켰다, 사과드린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AP=뉴시스]


환경부가 조작 사실을 확인하고 폴크스바겐에 리콜 명령을 내린 건 지난해 11월 23일. 폴크스바겐은 45일로 정한 리콜 계획서 제출 기한 마지막날인 지난 1월6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

환경부는 제출한 계획서가 부실하다고 판단해 14일 보완 제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자 환경부가 형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리콜 계획서를 뜯어봤다.

<결함발생원인 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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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배경: EA189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경우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동작을 저해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로 인해 일부 환경에서 도로주행시 NOx(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리: 해당 차량의 엔진컨트롤유닛(E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을 해야 합니다. 1.6L 엔진 차량은 추가로 공기 유동과 관련한 흡입공기제어기 장착 작업을 해야 합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쓰는 반성문과는 거리가 멀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내용 자체가 부실한 데다 통상 수십 장씩 따라붙는 기술자료·데이터 첨부 문서도 없다. 국내 제조사는 물론 수입차 브랜드까지 통틀어 역대 이렇게 성의없는 리콜 계획서는 처음 봤다. 이런 계획서로는 리콜과 관련해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존 리콜과 달리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조작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데 (폴크스바겐의) 대응이 오만하다”고 덧붙였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은 “리콜 조치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홈페이지 공지사항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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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경과를 찬찬히 돌아보면 폴크스바겐의 오만한 대응은 한두 번이 아니다. 북미 지역 디젤차 소유주에겐 사태 직후 1인당 1000달러(약 120만원) 상당의 상품권·바우처를 주고 3년간 무상수리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선 “이번 사태로 유럽 소비자가 추가 부담할 세금은 전부 폴크스바겐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부 발표가 나와야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구체적인 보상책을 내놓는 대신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60개월 무이자 할부’ 같은 할인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주 이모(34)씨는 “중고차 값은 뚝뚝 떨어지는데 리콜을 언제 진행할지 얘기가 없다. 내 차가 언제 판매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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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사태도 문제지만 수습 과정이 미숙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조작을 시인한 만큼 한국에서도 적극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성할 게 없다”거나 미봉책으로 대충 넘어가려 해선 안된다. 폴크스바겐의 진정성 있는 반성문을 기대해본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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