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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고마웠어 ” 93%가 자살신호…가족 81% 지난 뒤 ‘아차’

 



“내가 먼저 갈 테니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없으면 당신은 뭐 먹고 살래?”

 남편이나 부인이 어느 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사전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가족들은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실시한 자살자 121명(유가족 151명)의 심리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가족 등 주변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의 생전 변화를 재구성해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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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결과 자살자의 93.4%는 숨지기 전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죽고 싶다”며 죽음을 직접 언급하거나 자살 방법과 사후세계를 표현하는 게 대표적이다.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는 식으로 일기장이나 편지에 글을 쓰기도 했다. 불면증과 집중력 저하 등 신체 변화,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가족에게 전달하고 “그동안 고마웠어”라며 애정과 미안함을 갑자기 표현하는 심리 변화 등도 자살을 암시하는 징후였다.

 하지만 유가족 다섯 명 중 네 명(81%)은 이 같은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 자살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살자가 숨지고 정신상담과 심리부검 절차를 거친 뒤에야 그게 자살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된 유가족이 많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고 신호를 미리 읽은 가족들도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거나 신고가 늦었기 때문이다.

 백종우(경희대병원 교수)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 경고신호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각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1577-0199)와 정신의료기관 등에 상담을 적극 의뢰하는 것도 자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살자들은 평상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88.4%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중 우울증이 7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술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던 자살자는 39.7%였다. 과도한 음주로 대인관계나 직업 등에서 문제가 있던 사람은 25.6%로 집계됐다. 자살자 본인 외에 가족이 주폭·과음 등 알코올 문제를 가진 비율도 절반 이상(53.7%)이었다.

 스스로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살자도 다수였다. 정신의료기관 대신 동네 의원이나 한의원을 방문한 비율이 28.1%나 됐다. 단순히 복통이나 소화불량·불면증 등 신체적 불편함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다.

유성은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통로를 늘리고 1차 기관인 내과·가정의학과 등에서 자살 위험을 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극적 선택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반복됐다. 자살자 유가족 가운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숨진 사람은 28.1%에 달했다.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기 비난에 따른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는 “정부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전경 과장은 “심리부검을 확대해 자살 원인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고 유가족에 대한 심리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심리부검을 바탕으로 다음달 중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치료와 자살 예방 등을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 증진 종합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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