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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슬금슬금 없앤 KTX, 비행기보다 비싸졌다

“평일 할인도 없고, 역방향 좌석 할인도 없고, 대체 되는 게 뭡니까?”

서울~부산 편도운임 5만9800원
요금 경쟁 항공권은 3만원대까지
적립식 포인트제 없애고 쿠폰제
1인 연평균 할인액 3000원 줄어
“흑자 전환 코레일, 혜택 되살려야”

 오랜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려던 직장인 김태섭(42)씨는 당황했다. 표를 사려다 보니 쓸 만한 할인 혜택이 죄다 사라진 걸 뒤늦게 알고서다. 꼼짝없이 5만9800원을 다 냈다.

김씨는 “KTX의 요금은 해마다 오르고, 타는 사람도 늘었다는데 서비스 품질은 후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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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달리 요즘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특가 항공권 요금은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저가항공사가 늘면서 항공업계 요금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시간대별 할인 요금에 호텔·관광지를 연계한 초특가 상품까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제주 노선은 편도 1만원짜리 티켓까지 등장했다. 경쟁의 힘이다.

그러나 KTX는 다르다. KTX 운임은 2004년 개통 당시 4만4800원(서울~부산 편도 기준)에서 올해는 5만9800원으로 1만5000원(33.4%)이나 올랐다. 비행기와 기차 요금이 역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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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시장은 코레일 천하다. 당연히 경쟁도 없다. 적어도 코레일이 경쟁에 밀려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요금을 올려도 타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4년 약 7만 명이던 하루 평균 KTX 이용객은 올해 17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자 코레일은 KTX 개통 초기 이용객을 늘리려 도입한 각종 할인 제도를 슬그머니 없앴다.

승객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건 회원 포인트 제도다. 원래 코레일은 KTX 이용금액의 5%를 쌓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적립식 포인트 제도를 운용했다. 20번 이용하면 한 번은 공짜로 타는 셈이니 꽤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7월 이 제도를 폐지(기존 포인트는 적립일부터 5년간 유효)하고 쿠폰제를 도입했다. 당시 코레일 측은 “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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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제는 포인트를 쌓는 대신 이용금액이 30만원을 초과할 때마다 10%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이다. 대략 50번을 타야 한 번 공짜로 타는 셈이니 고객 입장에선 조건이 훨씬 나빠졌다. 결국 2013년과 2014년 사이 승객의 연간 할인액은 1인당 3000원 이상 줄었다.

승객 이승환(35)씨는 “그나마 주는 쿠폰도 유효기간이 석 달밖에 안 돼 못 쓰고 버리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평일 할인(7%), 역방향·출입구 좌석 할인(5%)도 지난해 폐지됐다. 그나마 남은 할인 제도 역시 할인율을 조정하거나 수혜 범위를 축소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할인폭이 가장 큰 가족석 할인이 대표적이다. 객석 가운데 4명의 가족석을 한꺼번에 구입할 경우 37%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회비 4만6000원짜리 ‘가족애(愛)카드’ 보유자에게 우선 발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가족애(愛)카드가 있으면 출발 1개월 전부터 3일 전까지 예약할 수 있지만 일반 고객은 출발 2일 전부터 남는 자리가 있어야만 예약할 수 있다. 할인율 역시 37%에서 15%로 축소됐다.

 코레일은 할인 제도가 줄어든 대신 승차율에 따라 15~30%를 할인해 주는 ‘파격할인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승객 정지아(23)씨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 아니면 KTX는 대부분 꽉 차서 운행하기 때문에 할인표를 구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티켓도 일부 암표상이 싹쓸이하는 상황이다.

이민성 코레일 여객마케팅처장은 “1인당 구매 매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부당 유통을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며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해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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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은 출범 9년 만인 2014년 처음으로 흑자(1034억원)를 기록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쌓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코레일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할인 제도 축소 역시 경영 정상화의 일환이었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적이 개선된 만큼 고객을 위한 혜택을 먼저 되살려야 한다”며 “조만간 수서발 KTX 개통으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지는데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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