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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향상 물질, 도심의 29배…공부 명당 지리산의 비결

산 속에 있는 절은 고시생들에게 안성맞춤의 명당으로 꼽힌다. 도시의 소음과 유혹 등 학습 방해물 차단은 물론 상쾌한 공기가 집중력을 높여 공부가 더 잘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고시 낙방생이 마음을 다잡고 산 속 사찰에 들어가 면학 정진해 합격했다는 수기들이 심심찮게 전해진다. 이 같은 얘기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리산 유명 계곡의 건강 치유 물질』 논문에 담긴 연구 결과다.

 연구팀의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리산에는 심신 치유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물질이 다량 분포돼 있다. 국립공원 지리산 구역에 속해 있는 전남 구례군 계곡에는 천연 향균 물질인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류가 도시 공원 보다 14배나 많았다.

테르펜류 분포량이 천은사는 1463pptv(1조 분의 1을 나타내는 부피 단위)으로 전남 순천시 한 도시공원(105)의 14배 가까이 됐다. 집 주변 도시공원을 10여 차례 산책하는 것보다 지리산 천은사 계곡을 한 번 가는 게 낫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테르펜류 구성 물질 중 기억력 증대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 되는 알파 피넨은 지리산이 도시공원 보다 최고 29배 많았다. 지리산의 천은사는 583이지만 순천시의 도심은 20.1에 불과했다.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 저해 물질(베타 피넨)도 지리산 173, 도심은 13으로 측정됐다.

 건강을 위해 숲을 찾더라도 시간대 별로 효과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숲의 건강 물질은 기온이 높은 오후 3시~오후 6시 사이 가장 많이 나왔다. 반면 온도가 낮은 오전 3시~오전 6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림욕을 이른 새벽 보다 오후 느지막이 하는게 좋다는 얘기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 강광성(55) 연구원은 “지리산 계곡별 건강·치유 물질의 분포도를 살펴 볼 때 수험생은 소나무가 많은 천은사 계곡을, 호흡기계 환자는 때죽·서어·졸참나무 등 활엽수림이 많은 피아골을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기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피로 회복, 노화 방지, 면역력 증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음이온 수치도 지리산 계곡이 도시 공원보다 40여 배나 많았다. 음이온이 가장 풍부한 계곡은 피아골이었다.

 반면 천식 등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는 미세먼지(PM 10)의 농도는 지리산 계곡이 대도시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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