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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의 필드에서 만난 사람] “금수저 소리 안듣게, 두리에게 더 노력하라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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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 집 지하 트레이닝실에는 차붐 부자를 담은 그림이 있다. 차두리 뒷모습을 배경으로 차붐에게 포즈를 요청했다. 차 감독은 “두리를 가르칠 때의 마음으로 유망주를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리우 올림픽 축구 최종예선에서 문창진(23·포항)과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강 FC 바르셀로나에서는 백승호(19)와 이승우(18)가 1군 진입을 목표로 뛰고 있다.

한국 축구 꿈나무 키우는 차범근
이동국·박지성 배출한 ‘차범근상’
생활기록부 보며 인성까지 체크
통합 축구협회장 추대 움직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게 더 좋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초등학교 6학년 때 차범근축구상을 받았다. 이동국·박지성·기성용이 받은 이 상은 ‘한국 축구스타’의 문장(紋章)이 됐다.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차범근축구상 대상은 서울 신정초 서재민 선수가 받는다. 차범근축구상과 차범근축구교실에는 ‘유소년 육성’이라는 차붐 일생의 꿈과 희생이 녹아 있다.

꿈나무 발굴에 전념하고 있는 차범근(63)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난 22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났다.

 - 차범근축구상 선발 기준이 뭔가요.

 “지금 잘 하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장래성 있는 선수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요. 똑같은 실력이라면 인성을 중요하게 보죠. 생활기록부도 꼼꼼히 보고. 위원들이 운동장을 다니면서 체크하고, 격렬한 토론을 거쳐서 수상자를 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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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이 되겠다’ 싶었던 아이가 있었습니까.

 “서명원(2007년 대상)은 ‘제2의 차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였죠. 진학 과정에 문제가 좀 있었고, 다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어느날 K리그 대전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울산으로 갔다고 하던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니 기대가 돼요.”

 - 황희찬(2009년 대상)은 잘 크고 있는 거죠.

 “희찬이는 오스트리아에 가서도 잘하고 있어요. 스타일로 봐서는 우루과이의 수아레스(29·바르셀로나) 비슷하게 상대 선수들이랑 적극적으로 비비면서(몸싸움을 의미) 잘 하더라고.”

 “이렇게 잘 키운 선수들이 해외로 너무 많이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자 차붐의 표정이 굳어졌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을 찾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그런데 K리그 입장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잖아요. K리그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아요.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운동장에 나오지를 않으니….”

 그리고 차붐은 유소년 육성이라는 꿈과 소명에 대해 긴 시간 얘기를 했다.

 1976년 재팬컵에 갔을 때 파란 잔디에서 일본 아이들이 20~30명씩 그룹을 지어서 축구하는 모습을 봤다. ‘10~20년 후에는 우리가 일본에 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린이 축구교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엔 프로팀도 없고 해외 진출 희망이 없을 때였다.

1978년에 독일 프로팀의 슐테라는 코치가 한국에 와 “너 정도면 독일에서 충분히 뛸 수 있겠다”며 희망을 줬다.

우여곡절 끝에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독일에 가기 직전 인터뷰에서 “독일에 가서 좋은 축구 배워서 후배들 양성하겠습니다”고 말한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소름이 돋는다. 독일서 10년을 채운 것도 축구교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갈등이 생기더라. 독일이 편해졌고, 스타 대접 받고. 하지만 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얻은 독일 비자도 반납했다.

 차범근은 약속대로 축구교실을 열었다. “8세 이전에 축구공을 갖고 놀면 공을 다루는 감각이 생긴다고 해요. 그 감각은 성인이 돼서 아무리 많이 훈련해도 얻을 수 없어요. 한국축구가 도약할 수 있는 길은 어려서부터 공을 갖고 놀면서 기술과 기본기를 배우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축구연합회가 곧 통합된다. 통합 축구협회장으로 차 감독을 옹립하자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일부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천성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아요. 나이 든 사람들은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예요. 닮고 싶은 선배도 있지만,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 싶은 선배도 계시거든.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죠.”

글=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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