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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국 거부감 이용하면 이란에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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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이란통으로 꼽히는 신재현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이 서방 측 제재 해제에 따른 이란 시장의 부상과 국내 업체의 진출 전략 등에 대해 지난 19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신재현(70)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은 이란에 푹 빠진 사람이다.

[남정호의 직격 인터뷰] 국내 최고 이란통 신재현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


그의 이란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2008년부터 4년간 에너지자원협력대사로 활약할 때부터 시작됐다. 제재 이후 거의 모든 이가 이란을 외면할 때도 신 회장은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2011년 한·이란경제인협회를 창설한다. 2012년 한·이란 수교 50주년을 맞아 중앙일간지 1면에 축하 광고를 낸 것도 그였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이란 당국의 양해 아래 한·이란경제인협회의 명칭을 서아시아경제포럼으로 바꿨다. “이란이란 이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이란에 각별히 정성을 쏟아온 그를 지난 19일 만나 제재 해제 이후 거대 신흥시장으로 각광받게 된 이란의 분위기와 한국 기업들의 성공 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이란 제재 해제가 가능했던 까닭은.

 “원래부터 이란 제재에는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는 이란에 강력한 핵무장 의지가 있다고 봤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이란인들이 원자력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저농축우라늄 시설을 건설한 것까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란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핵무장 의지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몇몇은 ‘쿠란에 두고 맹세한다’고까지 했다. 이슬람 교도들은 쿠란을 두고 함부로 맹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방은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잠재력에 비해 이란 경제가 몹시 피폐해졌고 국민 생활도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바깥 세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국민, 특히 젊은이들의 열망이었기에 이란 정부로서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란의 향후 발전 전망은.

 “지리적 위치와 역사, 그리고 잠재력으로 볼 때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이 가장 강력한 국가다. 인구도 8000만 이상으로 국토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것의 10배가 넘는다. 게다가 인구의 60%가 젊은이이고 유구하고 화려한 고대 역사를 가졌다. 중국이 불과 20~30년 만에 세계적 지도국이 된 것도 오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면 곧 세계적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면 많은 이가 ‘한국이 어떻게 50년 만에 그런 고속성장을 이뤘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는 5050년 만에 이룬 것’이라고 답한다. 우리 역시 5000년 역사가 있기에 그간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 아니겠는가.”

 -이란이 그처럼 유망한 시장인가.

 “2008년 5월 이래 30번 넘게 갔다 왔다. 최근 많은 국내 신문에서 이란 특집을 내며 100조원 이상의 건설시장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잠재적 수요가 무궁무진한 게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이 따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란에 간다고 그저 밥상을 차려줄 리 없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 각 분야 기업들이 자기와 상응하는 이란 내 파트너 업체를 찾아 손잡고 협력하는 게 좋다. 현지 입찰에 뛰어들어 사업권을 따 봐야 돈 벌기 어렵고 적자 내기 십상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분야는 유럽 기업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이란의 관계는 200년이 넘는다. 반면 한국과 이란 간 관계는 이제 겨우 30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란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젊은이도 동남아에만 갈 게 아니라 이란에도 가야 한다.”

 -최근에도 이란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당시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내가 만난 이들 중 거의 모두가 곧 제재가 해제되고 개방될 거라고 좋아했다. 사실 원자력 문제 외에는 이란은 원래 무척 자유로운 나라다. 한국의 해외여행 자유화는 1980년대 이뤄졌지만 이란은 한 번도 이런 규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 여성 인권도 무척 신장돼 있다.”

 - 그렇게 자유로운가.

 “이란은 인권이 탄압받는 나라가 아니다. 여건만 되면 언제든 외국으로 나갈 수 있다. 모계 사회의 유풍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여권도 강하다. 술을 빼면 모든 게 자유롭다고 보면 된다.”

 -제재 해제가 중동 정세에 끼칠 영향은.

 “그간에는 이란이 힘을 못 쓰는 바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중동의 강자로 부각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변할 것이다. 사우디가 서방과 이란 간 화해로 긴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란이 남는 힘을 주변 국가를 억압하는 데 사용할 걸로 보지 않는다.”

 -이슬람국가(IS) 문제도 새 국면을 맞을까.

 “그간 IS에 대한 서방 전략은 거의 안 먹혀 왔던 게 사실이다. 이를 정리하려면 미국도 이란과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 이라크와의 협력도 쉬워진다. 현 상황에선 IS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력은 이란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간 미국은 지상군 파견은 없다고 했다가 최근 특수부대는 보낸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렇게 되면 월남 때처럼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란과 협조해야 한다.” 

 이란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신 회장은 줄곧 이란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래야 제재 해제 후 우리가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때로 우리 국익을 저버리고 이란 편을 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란 측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가 국내 최고의 이란통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란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란은 시장 규모보다는 잠재력으로 설명하는 게 옳다. 천연가스·석유·동 등 각종 광물과 자원의 보유량은 세계 최고다. 게다가 넓은 땅, 많은 인력, 젊고 우수한 인력에 수학·화학·의학 등 기초학문의 수준도 높다. 페르시아의 학문이 옛날부터 대단하지 않았느냐. 잠재력으로 볼 때 이 지역에서 이란과 양립할 수 있는 나라는 터키 정도뿐이다.”

 -이란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는.

 “40년간의 제재로 인프라가 극히 열악하다. 특히 통신인프라가 나쁘다. 테헤란에서는 모퉁이만 돌면 휴대전화가 꺼진다. 인터넷도 잘 안 된다. 80년대 후반의 서울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 넓은 땅에 통신 인프라는 깔아야 한다. 우리는 지식과 경험에다 협조할 수 있는 여력도 있다. 따라서 무선통신 같은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 이란은 또 넓은 땅에 강이 없는 나라다. 카스피해 쪽에서는 나무와 꽃도 자라지만 테헤란 뒷산 남쪽은 죄다 사막 또는 준사막지대다. 대신 지하수가 풍부하다. 하지만 이란은 그간 지하수 개발과 관련된 정책적 오류로 물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수자원공사를 비롯, 물 관리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정부 또는 공기업이 이란 측 파트너와 협력하면 물 관리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다. 또 철도망도 상당히 낙후돼 있는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개발이 올스톱 상태다. 고속도로망도 완비되지 않았고 항만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인프라 분야는 엄청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 이란 정부 입장에서는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처럼 60년대 이래 경제개발 경험이 축적돼 있는 국내 기관이 나서면 도울 수 있다.”

 -이란 내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

 “과할 정도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연속극, 특히 사극의 인기가 높다. 이란은 채널 수도 적은 데다 술집도 없어 저녁이면 몇 개 방송국에서 틀어 주는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이란의 정서가 비슷한지 ‘대장금’이나 ‘주몽’ 같은 연속극이 큰 인기다. 모든 사람이 이런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출연 배우가 테헤란에 가면 인산인해를 이룰 거다. 과거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건설공사를 벌일 때 열심히 하고 신의 있게 했다. 그 덕에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크다. 또 한국 가전제품에 대한 선호도 높다. 이란의 미혼 여성들은 결혼 2~3년 전부터 혼수로 한국 전자제품을 사서 빈방에 쌓아놓는다고 한다.

 -서방의 압력으로 제재에 참여했지만 한국을 원망하진 않나.

 “2008년 4월 에너지자원협력대사로 임명된 뒤 그해 5월부터 이란에 자주 드나들었다. 18~19번쯤 됐을 무렵인 2010년에는 한국도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이란 측에 설명하기 위해 테헤란을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현지 고위층을 만나 ‘이란이나 한국이나 힘이 없어서 제재를 당하고, 부과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우리가 러시아나 중국 정도만 돼도 이런 일이 없을 거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랬더니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이란인들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당시 한·이란 교역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나.

 “그런 폐해를 막기 위해 원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당시 25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이란에 수출 중이었다. 거래가 끊기면 바로 넘어갈 중소기업이 2000개에 달했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정부가 나서 미국 쪽에 잘 설명해 양해를 구했다. 바로 직전 쇠고기 파동으로 큰 혼란을 겪었던 터라 미국도 상당히 양보해 줬다. 이 시스템의 골자는 이란 정부가 한국 금융기관에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설치한 뒤 양국 간 거래로 발생하는 수입을 원화로 예치하자는 거였다. 한국에서 물건을 사 가거나 서비스를 공급받을 때는 이 돈을 쓰는 방식이었다. 결국 그해 9월 이란 중앙은행 부총재가 한국을 방문, 나와 함께 낮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의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이 덕에 양국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출입을 포함한 각종 무역 거래를 유지할 수 있었다.”

 - 그간 이란 쪽에서는 섭섭한 부분이 적지 않았을 텐데.

 “최근 이란 시중은행인 멜라드 은행 제재가 풀렸다. 이 은행은 제재를 당할 만큼 잘못이 없었는데도 당국이 제재를 가해 이란 측에서 몹시 섭섭해했다. 이에 불복한 멜라드 은행에서 소송을 했는데 법원에서 외교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정부 쪽 손을 들어준 것 같고. 이란 측은 물론 우리 공무원들도 무리한 일이라는 걸 알았을 거다. 멜라드 은행도 그간 굉장히 고생했다. 보상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잘 대해 줘야 한다. 또 조선업 분야에선 계약과는 달리 약속된 물량을 넘겨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란에서 구입한 선박을 수리할 때 배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해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의 최고경영자급에서는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니 때가 되면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란을 방문했고 일본에서도 누가 갈 것이다. 우리도 대통령이 가면 제일 좋지만 여건상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선 외교장관이 갔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 외교 수장은 벌써 다 다녀가 별 의미가 없다. 이란에 특사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란 진출 시 한국 기업의 장단점은.

 “가격 경쟁 면에서 중국 업체를 이기기 힘들다. 금융마저 중국보다 못한 부분이 적잖다. 하지만 이란 정부와 이란인들은 대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대국과의 갈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과도 그랬고 러시아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중국·러시아와 거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간 많이 당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이란의 고위층과 만났더니 ‘한국은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범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 이란은 대국을 상대하는 걸 껄끄러워한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는 거부감이 적고 그러면서도 필요한 기술 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란 측에서 우리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을 상대할 때 주의할 점은.

 “거저 먹으려 하면 안 된다. 페르시아 상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진심으로 협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통한다.”
 


글=남정호 논설위원
사진=전민규 기자


신재현 회장은 …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뉴욕대 로스쿨에서 유학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으며 2008년 4월부터 4년간 외교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로도 활동했다. 외교부는 외부 전문가를 대외직명대사로 임명해 관련 업무를 돕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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