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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SK의 명량천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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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최태원 SK 회장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저는 지난주 중국 쓰촨(四川)성에 다녀왔습니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요충지이지요. 하나의 성(省)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9000만 명이라더군요. 100만원 벌면 80만원을 쓰는 엄청난 소비력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이런 황금 곳간에 정작 우리 기업들의 진출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보력·자금’에서 앞선 대기업이 선공(先攻) 물꼬를 터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지요.

 마침 쓰촨성 출장 중에 SK그룹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최 회장께서 지난 20∼23일 다보스를 찾아 ‘글로벌 현장 경영’을 펼친다는 내용이었죠. 반가웠습니다. 최종 투자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그룹 오너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녀야 합니다. SK하이닉스가 쓰촨성 옆의 충칭(重慶) 직할시에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도 선견지명의 결과라고 봅니다. 현지 유력 인사와 관시(關系)를 넓혀야 제약 없는 시장 개척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기업 비리 의혹이나 스캔들로 인한 ‘오너 리스크’는 해외 진출에도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최 회장과 기자로서 세 번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03년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건이었습니다. 최 회장은 구속됐고, 저는 증권 담당 기자로서 쏟아지는 ‘시장 후폭풍’ 기사를 써야 했습니다. 무명의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사들여 그룹을 흔드는 아픈 장면도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는 계열사 자금의 주식투자와 관련한 최 회장 재판 때였습니다. 2013년 여름엔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체포되면서 그가 머무른 대만까지 후배 기자를 급파했습니다.

 지난해 말엔 ‘혼외자 고백’ 편지가 공개되면서 그룹 담당 기자로서 속보를 썼습니다. SK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것입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재계도 속앓이를 합니다. 평소 친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가 강해질까 우려된다”고 얘기하더군요.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하기 전 그룹이 힘을 쏟았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들, 그리고 출소 직후 사업장을 돌며 “46조원을 투자하겠다”던 의지가 파묻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SK그룹은 재계 3위입니다. 지금 주력사업인 에너지·석유화학 업황은 어렵습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합니다. 다보스에도 가시고, 쓰촨성에도 가시고, 금단에서 풀린 이란에도 들러 먹거리와 투자처를 찾아야 합니다.

 삼국지 시대 촉나라 땅이었던 쓰촨성 청두(成都)엔 우허우츠(武侯祠)라는 제갈량 사당이 있더군요. 여기엔 ‘명량천고(明良千古)’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유비·제갈량이 현명함과 어짊으로 큰일을 이뤄 이를 오래 기린다는 말입니다. 최 회장과 SK그룹에도 이런 저력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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