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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⑧ 이유석이 김성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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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석 셰프

그날 나는 13번 퇴짜 맞은 레스토랑에 14번째 찾아간 터였다. 프랑스 파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랑브루아지(L’AMBROISIE). 베르나르 파코 셰프 밑에서 스타주(stage·견습)를 하고 싶어 “제발 써 달라”고 졸랐지만 매번 쫓겨나곤 했다.

14번째 찾아간 날은 귀국 비행기 예매확인서와 인턴십 계약서를 동시에 들고 갔다. 겨우 사정해 셰프와 대화할 시간을 5분 얻을 수 있었다.

 “당신이 지금 날 쫓아낸다면 나는 한국에 제대로 된 프랑스 음식문화를 전파할 길을 잃게 된다. 선택하라. 여기 인턴십 계약서에 사인해 주지 않으면 난 내일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파코 셰프는 막무가내인 나를 바라보다 물었다. “어디에다 사인하면 되겠니?”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듣고 돌아서면서 기쁨의 눈물을 연신 훔쳤다.

 유럽에서 4년간의 견습생활은 그런 식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씩 식당을 바꿔 가며 몸으로 배웠다. 나는 요리사에게 최고의 학교는 주방이고 최고의 스승은 셰프라고 믿는다. 그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으로 2010년 프렌치 비스트로 펍(french bistro pub) ‘루이쌍끄’(서울 강남구 신사동)를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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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퓨레와 주꾸미 구이.


 근처 ‘이치에’의 김건 셰프랑은 서로 존중하면서 ‘맛집 순례’를 같이하는 사이다. <본지 1월 4일자 22면 셰프 릴레이 7회> 가끔 ‘이치에’에 가면 우리 가게 단골들을 만날 수 있다. 이쪽저쪽을 1, 2차로 즐기는 분이 많다.

나도 김건 셰프의 음식을 좋아하기에 단골들에게 자주 추천한다. 연남동 ‘이노시시’ 시절 처음 갔을 땐 충격이었다. 일식 코스를 ‘이자카야’에서 맛볼 수 있다니. 특히 전갱이구이에 비벼 먹은 밥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또 충격을 받았던 것은 2010년께 ‘부띠끄블루밍’에서 김성운 셰프의 요리를 맛봤을 때다. 신선한 재료를 최소한으로 손질해 본연의 맛을 기막히게 살려 냈다. 나이테가 오롯이 살아 있는 나무토막 그릇도 이제껏 보지 못한 플레이팅이었다. 지금은 그 감각과 손맛 그대로 서래마을에서 ‘테이블포포’라는 예약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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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셰프

 알고 보니 김 셰프는 나와 같은 충남 출신으로, 선배였다. 형은 태안, 나는 보령이 고향이다. 형은 식재료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전국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확보한다.

고향 지인·친구들로부터 거북손·살조개·주꾸미 등을 수시로 넘겨받는 것은 물론 부산 달고기(어류 일종), 강원도 홍게 같은 각지 특산물도 때마다 공수받는다. 부모님이 직접 재배하는 제철 농산물도 형의 든든한 자산이다. 그렇게 확보한 자연산 재료를 가까운 셰프들에게 통 크게 나눠 준다.

 가끔은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느낌이다. ‘야생셰프’라는 TV 프로에 출연해 전국 토산물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면 ‘요리계의 김병만’ 같다. 자연이 체질이고 야생이 제격인 남자. 그런데도 형의 요리와 플레이팅은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고 섬세하다. ‘테이블포포’에서 당신의 눈이 즐겁고 혀가 행복하다면 그의 ‘두 얼굴’이 빚어 낸 마법 때문이리라.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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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