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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내 손으로 만든 드론 띄워 웨딩사진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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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드론에 매료된 대기업 연구원 홍우씨는 직접 조립한 드론 3대를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자신의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 ‘셀프 웨딩 촬영’을 하기도 했다. 드론 설계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한다.


#대기업 연구원인 홍우(31)씨는 드론(Drone·무인기) 제작이 취미다. 2년 전부터 드론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3대나 갖고 있다.

[세상 속으로] 이색 취미 즐기는 2030


프로펠러·변속기·항법장치·송수신기 등 드론 제작을 위한 부품은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접구매’한다. 국내보다 가격이 저렴해서다. 드론 한 대를 만드는 데는 200만~300만원 정도가 든다.

홍씨는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드론을 만든다”며 “완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면 싼값에 더 좋은 성능을 지닌 드론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6월엔 직접 만든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 셀프 웨딩 촬영을 했다”며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드론 설계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가다혜(25·여)씨는 웬만한 액세서리는 스스로 만든다. 대학에서 주얼리디자인을 전공한 덕도 있지만 원래 스스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한다.

3D프로그램으로 목걸이·팔찌·펜던트 등을 디자인한 뒤 서울 종로에 있는 3D 출력소와 주물제작소를 찾아가 완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는 “액세서리 하나를 만드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가씨는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팔지는 않는다. 대신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B.A.P 멤버들의 캐릭터를 넣은 액세서리를 만들어 직접 멤버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가씨는 “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B.A.P 멤버들이 착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색다른 취미를 즐기는 20~30대가 늘고 있다. 독서·영화감상 등 틀에 박힌 취미에서 벗어나 다양한 취미를 계발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20~30대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취미생활’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8.7%에 달했다. 10명 중 6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등 이유도 다채롭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2030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덕질’이 취미다=2030세대는 ‘덕질’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많다. 덕질이란 일본어 오타쿠(おたく)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특정 분야에 광적인 열의를 보이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엔 취미의 영역이 다양해진 만큼 한 가지 취미를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이색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타쿠(스포츠+오타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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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즐기는 임정문씨(맨 왼쪽)와 동료들.

 8년 차 직장인 임정문(35·여)씨는 최근 실내 클라이밍에 푹 빠졌다. 임씨는 서른 살에 자전거 타기를 배울 정도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하지만 그에게 클라이밍은 의미가 달랐다. 3년 전 직장 동료의 권유로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았다가 클라이밍의 매력에 푹 빠진 뒤부터다.

임씨는 북한산·도봉산·설악산의 암벽은 물론이고 빙벽도 오른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신기하게 암벽을 오를 때만큼은 그 무서움이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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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부터 아이스하키 즐긴 이준민씨.

 광고기획사 직원 이준민(32)씨는 아이스하키 매니어다. 그는 매주 토요일 자정부터 오전 1시 넘어까지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참석한다. 일요일도 비슷한 시각에 동호회 회원들과 모여 훈련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아이스하키 대회 2부 리그’에서 우승해 MVP도 거머쥐었다. 이씨는 “아이스하키는 다른 운동에 비해 즐기는 사람도 적고 힘들지만 진탕 땀 흘리고 나면 묘한 상쾌함이 느껴지는 마약 같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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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로 위안 얻은 김나래씨.

 ◆‘힐링’ 위한 취미가 진로 바꾸기도=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힐링’ 목적으로 시작한 취미가 실제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반도체 제조 회사를 다니던 김나래(27·여)씨는 3년 전 ‘캘리그래피(손글씨)’를 시작했다. 2013년 이화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고부터였다.

직장 생활은 겉으로는 순조로워 보였지만 김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직후였다”며 “마음이 따뜻한 문장이나 명언을 쓰다 보면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7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캘리그래퍼의 길로 들어섰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 신촌과 이화여대 앞 플리마켓에서 자신의 작품을 팔기도 했다. 김씨는 전문 캘리그래퍼나 디자인 분야로 진출할 생각이다.

5년 차 주부 이화엽(29·여)씨도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빠져 있다. 세 살 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생기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캘리그래피를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이면 공방을 찾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카카오톡으로 자신이 쓴 글귀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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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 중인 서강희씨(맨 왼쪽).

◆못다 이룬 꿈 ‘취미’로 실현=2030세대 가운데는 ‘밥벌이’ 때문에 포기했던 오랜 꿈을 취미로 실현하는 경우도 많다. 골프 강사 서강희(25·여)씨는 지난해 3월 창작 뮤지컬 ‘그것은 사랑’의 공연 무대에 출연했다. 아마추어 배우로서다.

뮤지컬 동호회(‘더 열정’)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서씨는 원래 프로 골프 선수가 꿈이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포기해야 했다.

 “그만두니 너무 힘이 들더라고요. 운동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때 ‘누굴 위해 인생을 살아온 건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서씨가 말했다.

 그가 방황할 때 마음을 다잡아 준 게 뮤지컬이다. 서씨는 매주 토요일 뮤지컬 동호회에서 연습을 한다. 아마추어 연극제에도 나가고 대학로 소극장을 빌려 무대에도 오른다.

 이 동호회 멤버인 이한솔(27·여·박물관 연구원)씨는 쳇바퀴처럼 집과 회사만 오가는 생활을 바꾸고 싶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이씨는 “배우들처럼 뭔가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 뮤지컬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일주일에 2~3번씩 대학생·직장인으로 구성된 뮤지컬 모임에 꾸준히 참여한다. 그사이 성격도 밝아졌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이 내가 웃음이 많아졌다는 얘길 자주 한다”고 말했다.

 ◆ “내 취미는 봉사활동”=주말 봉사활동을 취미로 삼는 이도 적지 않다. 변예영(24·여)씨는 봉사활동을 취미로 하다 아예 직업을 바꿨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미얀마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변씨는 “지난해 다니던 직장(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가기로 하고 준비 업무를 맡았는데 평소 야근할 때 나던 짜증이 사라지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이때 ‘남들을 돕는 게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변씨는 “해외구호단체 등에서 직업으로서 봉사활동을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며 “내 취미는 ‘봉사활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런 추세에 대해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남과 자신을 구분 지으려는 욕구가 큰 데다 요즘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이색 취미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경쟁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S Box] 1970년대 LP판·우표 수집, 90년대엔 스타크래프트 열풍

드라마 ‘미생’의 소재인 ‘바둑’은 삼국시대 때 각광받은 취미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 18세기 초반엔 ‘수석(壽石) 모으기’가 인기였다. 당시 양반들의 호에 ‘돌 석(石)’자가 많이 들어간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18세기 중·후반엔 ‘비둘기 사육’이 대세였으나 순조(1800~1834) 즉위 이후 시들해졌다고 관련 사료에 나온다.

17~19세기를 아우르는 취미는 ‘취병(翠屛)’이다. 담장을 따라 나무를 심어 마치 병풍을 두르듯 모양을 낸 것을 뜻한다. ‘조선 후기 취미생활과 문화 현상’을 쓴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문헌 여러 곳에 당대의 취미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로 넘어오면서 백화점이 생겨나며 부유한 집 부인들을 중심으로 ‘백화점 쇼핑’이 유행했다.

1970~80년대는 ‘수집’ 취미가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안 교수는 “경제 수준이 비약하는 시기라 많은 이가 LP판·우표·동전 등을 모을 여유가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90년대 말엔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었다. ‘e스포츠’라 불리며 관련 대회가 열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니어가 생겼다.

요즘엔 ‘먹방·쿡방’ 등의 영향으로 요리를 취미로 삼으려는 남자가 많아진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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