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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으면 노동개혁 좌초” 정부, 노조 저항에도 지침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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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성과자 해고절차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2개 행정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침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5회와 전문가 TF 운영, 토론회 등 45회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꺼져 가던 노동개혁호의 시동이 정부에 의해 다시 걸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9·15 노사정 합의 파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2개 행정지침이 확정, 발표되면서다. 저성과자 해고 절차와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25일 해고·취업규칙 지침 시행
사회 통념상 합리성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 가능
기업엔 영향력 큰 가이드라인
법원 판결과 다를 땐 큰 혼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피크제 등이 허용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연구용역 5회를 비롯해 전문가 TF 운영, 토론회, 간담회 등 45회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다. 노동계 반발이 뻔한데도 지침 제정을 서두른 것은 “하루빨리 노동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선거와 맞물려 좌초할 수 있다”(정형우 고용부 대변인)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지침 내용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지 지난해 12월 31일자 3면>

 산업현장에 정착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노동계가 단체협상 때 지침을 거부하면 노사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법적 효력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침에 일부 추가된 내용과 향후 적용 과정의 논란을 Q&A로 정리했다.

 - 소속된 팀의 성과가 나쁘면 소속 근로자도 저성과자로 분류될 수 있다.

 “집단평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철저히 개별평가로 진행해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줄세우기식 상대평가는 공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 절대평가나 계량평가를 해야 한다.”

 - 업무상 재해나 출산휴가 때문에 일한 기간이 적으면 평가가 나쁠 수 있다.

 “전직 명령 후 1년 이내,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 뒤 1년 이내, 출산·육아휴직 후 복귀 1년 이내인 근로자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나.

 “반만 맞다. 우선은 노조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가 논의를 거부하거나 계속 지연해 제대로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교섭권 악용으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 취업규칙을 바꿔 직무·성과급제가 시행되면 연공서열제는 무조건 폐지되나.

 “아니다. 우선은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급격한 임금체계 개편보다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서서히 바꿔 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 비정규직에겐 어떤 영향이 있나.

 “임금체계가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바뀌면 비정규직에게 나쁠 게 없다. 차별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성과가 같다면 비슷한 월급봉투를 쥘 수 있어서다. 지금처럼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매년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에선 정규직만 혜택을 입고, 비정규직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현 체제에선 동일노동·동일임금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에 집착하는 이유도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와 청년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실제론 근무형태에 따른 차별이 심해 이를 줄이고자 하는 뜻이 강하다.”

 - 지침의 법적 효력은 어떻게 되나.

 “행정지침은 정부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행정지도나 집행을 할 때 기준으로 삼는 업무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기업도 대체로 일을 처리할 때 이를 준거로 여긴다. 그래서 파급력이 크다.”

 - 지침이 법원 판결과 다르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고용부가 만든 통상임금 지침을 기업이 그대로 따르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혀 산업현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지침과 다른 판례가 나오면 재연될 수 있다.”

 - 해고 문제를 행정지침으로 다룰 수 있는가.

 “논란거리다. 현행법상 해고 문제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로 푼다. 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그래서 법적 월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문제는 정부 소관이다. 취업규칙을 변경하면 반드시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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