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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으로 만든 면 제품…중국인 입맛 사로잡아 ‘글로벌 먹거리’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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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을 라볶이처럼 만든 ‘어볶이’. [사진 고래사어묵, 삼진어묵]

유난히 추웠던 지난 19일 부산시 동래구의 한 포장마차에 들어섰다. 실내외 온도차 때문에 안경에 김이 잔뜩 서렸다.

중국 시장 진출한 부산 어묵

은빛 사각 틀과 그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어묵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시지처럼 길쭉한 것 하나, 사각형 포를 꼬치에 꿰어 놓은 것 하나를 연달아 해치웠다.

바가지처럼 생긴 빨간 플라스틱 컵에 국물 한 잔 따라 마시고 주머니에 찔러둔 1000원짜리 한 장을 주인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또 오이소(오세요)”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포장마차를 나섰다. 좀 전까지 그렇게 매서웠던 겨울바람도 이제 좀 견딜 만하게 느껴졌다.

 비슷한 시간 중국 상하이 창닝(長寧)구에 신축된 쇼핑몰 팍슨-뉴코아 지하 1층. 나무로 제작된 사각 틀 속에 다양한 모양의 어묵들이 담겨 있다. 쇼핑몰이 문을 열자 어묵은 중국인 손님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 손님이 칼국수처럼 생긴 면 제품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무엇인지 물었다. 직원이 “어묵으로 만든 면(魚麵)”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어면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어묵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길거리 음식, 식탁 위의 반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어묵이 ‘글로벌 먹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어묵업체인 고래사어묵은 지난 15일 상하이에 어묵 전문점을 열었다.

어묵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팍슨-뉴코아 지하 1층 식품관 25개 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이 회사 장병근 상무는 “면 요리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식성을 노려 어묵을 면 형태로 판매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어묵 베이커리’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의 삼진어묵도 지난해 8월 상하이에 사무실을 차리고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삼진어묵은 서울·부산·경기도에서 직영점 11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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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켓형 어묵인 ‘어묵 고로케’. [사진 고래사어묵, 삼진어묵]

어묵을 크로켓 형태로 만든 ‘어묵 고로케’가 대표 상품이다. 이만식 삼진어묵 홍보이사는 “어묵을 베이커리(빵집) 형태의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빵이나 케이크처럼 간식거리로 어묵을 구입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어묵은 생선살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생선살에 밀가루와 소금 등을 첨가해 만든다. 최근에는 떡·해물·당면·깻잎 등 다양한 부재료를 어묵에 넣기도 한다. 어묵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 덕분이다.

 어묵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숙종 45년(1719)에 간행된 『진연의궤(進宴儀軌)』에는 생선숙편(生鮮熟片)이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생선살에 녹말·간장·참기름을 넣고 쪄낸 뒤 썰어서 간장에 찍어 먹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 어묵과 가까운 형태다.

일본에서도 에도(江戶)시대부터 으깬 생선살을 찌거나 튀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묵에 국물을 부어 만든 일본식 요리가 익히 알려진 ‘오뎅(御田·おでん)’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일본식 어묵을 판매했다. 광복 이후에도 어묵 업체들은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 갔다. 생선이나 육류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조리해 먹기도 쉬워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반찬거리였다.
 어묵은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에게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해줬다. 부산의 어묵 업체들은 전쟁 와중에 특수를 누렸고 1970년대 또 한 번 전성기를 누렸다.

정부가 산업단지를 곳곳에 조성하면서 공장 인근에 포장마차가 대거 들어섰다. 이들 포장마차에서 어묵은 저렴한 안주로 인기가 높았다. 최근에는 삼진어묵·고래사어묵 등 업체들이 ‘어묵 베이커리’를 열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부산어묵사』의 저자인 박승제 한국유통과학연구소장은 “어묵은 한국인의 반찬이자 안주였지만 이제는 간식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어묵의 중국 시장 진출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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