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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2016 아카데미 시상식 곧 시작합니다

2016 아카데미 시상식 곧 시작합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됐다. 주요 부문 후보작 중 수상이 유력한 영화를 모아 소개한다. 이미 국내 개봉한 영화도 있고, 곧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여럿이다. magazine M과 함께 수상 가능성을 점쳐보시길. 시상식은 2월 28일(현지 시각)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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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의 장인, 에디 레드메인의 대니쉬 걸
톰 후퍼 | 에디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벤 위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2월 18일|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의상상·프로덕션디자인상
남우주연상 ★★★ | 의상상 ★★

STORY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화가 에이나르(에디 레드메인)와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동지다. 어느 날, 게르다는 남편에게 여자 옷을 걸치고 모델 대역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시작은 장난스럽고 사소했으나, 그 일은 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놓는다. 에이나르는 여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깨닫는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선수들의 만남이다. ‘킹스 스피치’(2010)로 감독상을 거머쥔 톰 후퍼 그리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제임스 마쉬 감독)으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에디 레드메인이 손을 잡았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덴마크 출신 화가의 삶을 그리기에 이보다 더 나은 조합은 없어 보인다. 이미 전작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용기’라는 주제를 각각 탁월한 연출과 연기로 표현한 이들이 아닌가.

레드메인은 섬세한 몸짓으로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도가 튼 배우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무너져가는 육체와는 반대로, 머릿속에선 또렷하게 우주를 펼쳤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완벽에 가깝게 연기했던 그다. 그런 그에게도 성(性)을 넘나드는 도전은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할을 놓칠까봐 두려웠고,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결국 이 배우의 열정은, 에이나르 베게너로 태어나 릴리 엘베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삶을 스크린으로 생생히 소환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 영화에서 레드메인이 그의 몸, 특히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눈여겨본다면 그의 연기가 얼마나 미세한 부분까지 표현해내는지 알게 될 것이다.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한 레드메인은 동작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즈와 함께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교정했다. “에이나르일 때도 릴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자는 모습 하나조차 허투루 연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정체성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그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음이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레드메인의 말이다.

여자가 되려는 남편의 삶을 응원하고, 그의 곁을 지킨 게르다를 사려 깊고 강인한 여성으로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도 이 영화의 강점으로 꼽을 만하다. 릴리로 분한 에이나르가 연회장에서 만나는 남성인 헨릭(벤 위쇼), 에이나르의 어릴 적 친구이자 후에 프랑스로 이주한 부부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한스(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등 주변 캐릭터를 통해 릴리 엘베의 삶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려는 감독의 시도 역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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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는 트럼보 정도 돼야
제이 로치 | 브라이언 크랜스턴, 다이안 레인, 헬렌 미렌, 루이스 C K, 엘르 패닝
4월 예정 | 남우주연상
남우주연상 ★★★

STORY 1947년,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미국 공산당 당원인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턴)는 미국 내 반공산주의 선풍이 불면서 하원비미(非美)활동조사위원회의 표적이 된다. 영화 제작자들이 그와 일하기를 꺼리자, 트럼보는 익명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미국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2008~2013, AMC)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브라이언 크랜스턴이라는 이름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아니, 경배하고도 남을 것이다. 평범한 교사에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 마약 범죄의 거물이 돼가는 월터를 연기한 크랜스턴은, 아버지이자 살인마의 얼굴을 강렬하게 선보였다. ‘트럼보’에서 그는 한 인물의 다면적 특성을 감칠맛나게 표현하는 장기를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트럼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영화다. 트럼보(1905~76)의 삶은 황금기의 할리우드에 불어닥친 매카시 선풍이 영화인들에게 어떤 상처를 입혔고, 영화계를 얼마나 어지럽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트럼보는 매카시 선풍이 한창이던 때 ‘로마의 휴일’(1953, 윌리엄 와일러 감독)과 ‘브레이브 원’(1956, 어빙 래퍼 감독)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차례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그 어떤 방해 공작도 자유로운 사회와 아름다운 영화를 향한 열정을 가로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일깨운다.

그뿐 아니다. 현재의 명배우들이 존 웨인, 커크 더글라스 등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로 변신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반공에 앞장섰던, 배우 출신 칼럼리스트 헤다 호퍼로 변신한 헬렌 미렌의 거침없는 연기는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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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창고, 7년 감금 그리고 탈출
레니 에이브러햄슨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 3월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각색상
작품상 ★★☆ | 여우주연상 ★★★★ | 각색상 ★★★☆

STORY 공상을 좋아하는 다섯 살 소년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은 엄마 조이(브리 라슨)와 10㎡도 안 되는 좁은 ‘룸’에 산다.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바깥 세상을 본 적이 없다. 창문은 하늘로 뚫린 구멍뿐. 하나밖에 없는 철문은 늘 잠겨 있다. 매주 닉 아저씨가 오는 날만 빼면. 이곳을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닉에게 엄마는 처음으로 7년 전의 진실을 들려준다. 열일곱 살이던 엄마는 납치당해 룸에 갇혀 살아왔다. 엄마는 이제 진짜 세상으로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까지. 스타 배우·감독 한 명 없는 영화의 수상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7년 동안 납치범에게 감금당해 그의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된 여성의 이야기. 놀랍게도 그건 오스트리아 소녀 엘리자베스 프리츨의 실화였다.

사실, 실제 상황은 더 끔찍했다.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무려 24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지낸 프리츨은 그곳에서 여러 아이를 낳았고, 그중 몇 명을 갇힌 방에서 키웠다. 동명 원작 소설가 엠마 도노휴는 극한의 상황에서 여린 소녀가 보여준 모성애와 생존 본능에 감명받았다.

‘갇힌 방에서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아이는 무엇을 상상하며 자랄까?’ 도노휴가 얻은 나름의 해답은 꼬마 잭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된 소설뿐 아니라, 그가 직접 각색한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아이들은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어두컴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해도 아이들은 적응할 수 있다.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인생은 아름다워’(1997,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아버지가 끔찍한 현실을 가리는 작은 거짓말로 어린 아들을 끝까지 지켜낸 것처럼, ‘룸’의 조이도 처음엔 룸을 작은 우주처럼 생각하는 잭의 상상을 거든다. 그러나 더는 이 좁은 곳에 아들을 가둬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 지체 없이 잭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들려준다. 오직 아들의 행복을 위해.

탈을 쓴 천재 뮤지션에 관한 음울한 영화 ‘프랭크’(2014)로 주목받은 아일랜드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부모로서 아이와 겪은 체험을 더해 피부에 와 닿는 따뜻한 성장담을 만들어나갔다. 가장 놀라운 건 브리 라슨과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열연이다. 촬영 내내 실제 모자(母子)처럼 끈끈한 애정을 보여준 두 사람이 없었다면, ‘룸’의 다소 비현실적이고 극적인 이야기는 결코 설득력을 얻지 못했을 터.

특히 4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트렘블레이는 명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잭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놀라운 아역 배우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호명하지 않은 건 올해 아카데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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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품 하나로 백만장자 조이
데이비드 O 러셀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상반기 |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

STORY 싱글맘 조이(제니퍼 로렌스)는 두 아이를 키우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한다. 어느 날 그에게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결과는 스펀지가 달린 바닥 청소 도구 ‘미라클 몹’과 자국이 남지 않는 옷걸이 ‘허거블 행거스’. 두 제품은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고 히트 상품이 된다.

이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는 눈빛만 주고받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과 ‘아메리칸 허슬’(2014)에 이어 ‘조이’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실제로 로렌스는 ‘조이’ 촬영을 마치고 한 인터뷰에서 “죽는 순간까지, 러셀 감독과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무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이들의 멋진 호흡은 로렌스의 제73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수상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조이’는 무일푼에서 백만장자 CEO가 된 실존 인물 조이 망가노의 삶을 다룬다. 두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던 조이가 발명품을 통해 사업가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다. 재밌는 점은 실제 ‘미라클 몹’이 만들어진 1990년에 로렌스가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조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로렌스의 다층적인 연기다. 조이를 연기하는 로렌스에게선 더 이상 정의를 불태우며 활시위를 당기거나(‘헝거게임’ 시리즈), 괴팍하고 신경질적(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와 여장부 같은 사업가만 있을 뿐이다.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경이롭다. 제니퍼 로렌스 역대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쏟아 놓았다.

이른바 ‘데이비드 O 러셀 사단’의 귀환도 반갑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에서 함께한 브래들리 쿠퍼는 조이가 사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닐 워커 역을 맡았다. 로버트 드니로는 로맨티스트인 조이의 아버지 루디 역을 맡았다.

러셀 감독은 늘 예측 불가능한 현실에서 정체성을 탐구하는 인물에게 애정을 드러내왔다. 그에게 ‘선댄스 키드’의 칭호를 안겨준 ‘스팽킹 더 멍키’(1994)는 곤경에 빠진 청춘을 그렸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선 무언가 하나씩 결핍된 인물들이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바 있다. 이제 그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로 향한다.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결국 ‘기쁨’(Joy)으로 변화하는 과정, 그 여행을 함께할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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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주식 공부는 빅쇼트
아담 맥케이|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1월 21일|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각색상·편집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

STORY 2005년 미국. 투자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던 당시 분위기와는 달리, 대형 은행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 상품이 세계적 금융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거액의 투자금을 투입, 월스트리트의 투자 은행을 상대로 주택 시장 폭락 시, 수익을 거두는 특이한 계약을 맺는다. 이 소식을 접한 은행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에게 동일한 형태의 투자를 제안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이후 영화의 소재로 여러 번 다뤄졌다. ‘마진 콜:24시간, 조작된 진실’(2011, J C 챈더 감독)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등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인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고발했다.

‘빅쇼트’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 위기의 결정적 원인이 된 미국 주택 시장 붕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발단부터 결말까지 꼼꼼하게 복기한다.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창의적인 각색과 재치 넘치는 연출로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에듀테인먼트’ 영화다.

제목 ‘빅쇼트’는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주식 용어.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파산 위험을 무릅쓴 채, 주택 시장 폭락에 거금을 투자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들의 시선을 통해, 리먼브라더스·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이 민간 고객에게 부실 채권을 떠넘겼던 ‘사기 행각’이 어떻게 통했는지, 당시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미국 사회의 믿음이 실제로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를 신랄하게 그려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 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주택 담보 대출 상품)’ 등 어렵고 생소한 경제 용어가 난무하지만, 마냥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요리·도박 등 적절한 예시로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대거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 또한 관전 포인트다. 크리스천 베일은 주택 시장 붕괴를 최초로 예측한 괴짜 천재 버리 역을 맡아, 평소의 시크한 이미지와는 달리 어눌한 매력을 발산한다.

‘폭스캐처’(2014, 베넷 밀러 감독)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코미디 배우 스티브 카렐은 이익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바움 역을 입체적으로 소화했다. 라이언 고슬링의 능청스런 연기, 짧은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제작자 브래드 피트도 반갑다. 리듬감 넘치는 편집도 즐거움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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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의 야생 서바이벌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 윌 포터,
포레스트 굿럭 | 2월 18일 |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촬영상·의상상·
편집상·시각효과상·분장상·프로덕션디자인상·음향믹싱상·음향편집상
작품상 ★★★★ | 남우주연상 ★★★★☆ | 촬영상 ★★★★★

STORY 19세기 미국 서부,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를 데리고 사냥을 나섰다 회색 곰의 습격을 받는다.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글래스를 죽이려 하고, 이에 저항하는 호크를 살해한다. 글래스는 복수심으로 생존 의지를 불태운다.

이냐리투 감독의 전작 ‘버드맨’(2014)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의 4관왕 수상이란 쾌거를 이뤘다. 퇴물 배우의 분열적 내면을 탐구한 그의 관심은 거친 야생에 남은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본능으로 옮겨갔다. 소재는 달라졌지만 여느 영화와 차별화되는 강렬한 영상미는 여전하다.

“말이 아닌 이미지로 전개하려 했다”는 이냐리투 감독의 말처럼, 영화가 주목하는 건 두려울 만큼 섬뜩하고 아름다운 자연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연은 장소 그 이상이다. 글래스를 보호하고 위협하고 변화시키는 ‘인물’에 가깝다”고 말했다. 글래스는 혹독한 야생 한구석에서 인디언 아내와 행복했던 기억, 아들의 죽음 등을 되새긴다. 그 모습은 무척 시(時)적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글래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삶의 조각을 맞춰본다”며 “그의 고독한 여정에 영적인 면을 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당시 노동 착취와 인디언 학살을 감행한 미국의 비정한 사회상까지 짚어낸다. 석유와 금을 캐는 방법을 몰랐던 당시, 유일한 수입원은 동물 가죽이었다. “사냥꾼들은 더 많은 가죽을 갖기 위해 원주민과의 약속을 깼고, 보수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한데 지금의 우리도 그와 비슷하지 않나.” 이냐리투 감독의 말이다.

영화의 작품성에 날개를 달아준 건 디카프리오의 연기다. 영하 10도에 벌거벗고 직접 강에 뛰어들거나, 눈에 파묻히는 건 예사였다. 막 죽은 말의 뱃속에서 언 몸을 녹이는 장면도 대역 없이 촬영했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그의 고군분투와 반대로 절제된 대사는 그의 복잡한 심경을 간결하지만 섬세하게 표현한다.

디카프리오는 “글래스는 사냥꾼들로 이뤄진 물질의 세계를 떠나, 자연 속에서 복수심이 아닌 부정(父情)으로 생의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이 영화로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거머쥐었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촬영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번도 오스카를 받지 못했던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수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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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기자 정신이다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애덤스, 리브 슈라이버
2월 25일 |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편집상
작품상 ★★★☆ | 각본상 ★★★★

STORY 2002년 미국 보스턴, 지역 언론사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 취재팀 스포트라이트는 지역 가톨릭 교회에서 수십 년간 벌어진 아동 성추행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희생자뿐 아니라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팀원들은 진실에 다가설수록 사건의 배후에 보스턴 사회의 견고한 가톨릭 권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폭발력이 대단하다. 추악한 성추행 스캔들을 다루지만, 자극적 묘사 대신 취재 과정만으로 긴장과 흡인력을 한껏 끌어내는 힘이 놀랍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기자의 직업 정신이다. 이들은 온전히 발로 뛰면서 지역 사회가 묵인하려 한 사건을 파헤친다. 피해자와 변호사를 매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는, 어쩌면 단조로운 이 모습이 영화 전체를 장악한다.

그리고 마침내 팀원들이 가져온 진실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며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때의 극적 쾌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정의와 저널리즘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는 진중한 주제의식까지 담아냈다. 뉴욕 타임스는 “선정성에 기대지 않고 부조리에 대항하는 과정을 탄탄하게 담아낸 최고의 뉴스 드라마”라고 평했다.

담백한 연출 역시 높이 살 만하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이들을 대단한 영웅으로 포장하기보다, 그저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성실한 기자로 그렸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의 작품상·각본상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전미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작품상·각본상을 거머쥔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 모두, 각 분야의 ‘떠오르는 별’들이 맡았다. 배우 활동이 두드러졌던 맥카시 감독은 ‘코블러’(2014) 등 코미디영화를 주로 연출했으며, 각본을 맡은 조지 싱어는 ‘스포트라이트’가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미국 정치를 날카로운 대사로 그려낸 드라마 ‘웨스트 윙’(1999~2006, NBC), 과학적 상상력이 돋보인 드라마 ‘프린지’(2008~2013, FOX) 각본에 참여한 바 있다.

캐스팅 또한 ‘별들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마이클 키튼, 남우조연상 후보였던 마크 러팔로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모였다. 이들은 배우의 반짝이는 아우라를 덜고, 더없이 현실적인 기자로 변신했다. 평범한 옷차림, 간결하고 빠른 말투, 번뜩이는 눈빛으로 기자의 삶을 살아낸 이들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나현 고석희 나원정 지용진 이은선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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