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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차 보닛서 자고, 아파트 전력실 전선 끊고…강추위에 거리의 불청객 된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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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3일 오후 8시쯤 서울 신당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일제히 암흑에 휩싸였다. 단지 내 2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추위를 피해 아파트 배전실로 들어왔다가 감전된 길고양이가 사고원인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때아닌 정전으로 3시간 넘게 어둠과 추위에 떨었다.

#2 지난 20일 회사원 윤정석(32)씨는 출근하기 위해 차 시동을 걸다 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아기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와서다. 소리의 출처는 자동차 보닛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자고 있었고 잠에서 깬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윤씨는 “빨리 알아챘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운전했으면 큰 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연일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길고양이들이 거리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배전실, 자동차 보닛 등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가 사고가 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특히 길고양이들이 일으키는 크고 작은 전기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사고는 당사자인 고양이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진다. 아파트 정전은 물론, 차 보닛에 들어갔다가 엔진 사이에 낀 고양이를 꺼내려면 차량 부품을 일일이 뜯어내야 한다. 지난 18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를 위해 먹이를 주게 되면 시설물의 훼손이 있을 수 있어 먹이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길고양이를 내쫓아야 한다’는 강경파와 ‘얼마나 추웠으면 길고양이가 그랬겠냐’는 동정파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원 이정훈(42)씨는 “고양이가 불쌍한 건 사실이지만 고양이보다 사람이 먼저 아니냐”며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길고양이와 공생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생 임윤미(27)씨는 “고양이가 추운 거리로 내몰린 것도 결국 다 사람 때문”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충돌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대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방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주민들이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고양이 쉼터가 있다. 따로 고양이들의 공간을 만든 뒤부터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찢는 등의 자잘한 일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아침에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 보닛을 두드려 혹시 자고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를 깨우는 ‘모닝노크’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박아름 간사는 “한파가 오면 길고양이들은 따뜻하게 머무를 곳도 마땅치 않은데다 마실 물까지 얼어버려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고양이들이 왜 자동차 보닛이나 아파트 배전실 등 위험한 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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