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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관람객이 만지고 맛보고 평가하고…30만 명이 다녀간 ‘밥상지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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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하(흰색 조리복) 셰프가 20일 음식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장에 음식점이 들어왔다. 마트도 있다. 관객은 구경꾼이 아니다. 식당 손님처럼 음식을 고른다. 셰프가 만들어주는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밥상지교(飯床之交)’ 전시실. 유종하 셰프 주변에 관객에 삥 둘러섰다.

유 셰프는 퓨전요리 마늘퓨레고추장을 내놓았다. 치즈를 올린 크래커에 고추장 소소를 살짝 뿌리고, 다진 마늘을 볶은 마늘퓨레를 곁들였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마늘, 조선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고추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매주 수·일요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형마트를 재현한 코너도 있다. 관객이 라면을 들고 와서 계산대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으면 일본에서 맛봤던 라면의 추억을 담은 한국인의 블로그가 화면에 뜬다.

일본어 번역도 된다. 비빔밥 포장상자를 스캐닝 하면 한국에서 즐겼던 비빔밥을 설명하는 일본인의 블로그가 모니터에 뜬다. 두 나라 음식문화가 그만큼 밀접해졌다는 뜻이다.

 ‘밥상지교’는 20세기 한국과 일본의 음식교류를 돌아보는 자리다. 지난 100여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각자 입맛에 맞게 음식을 발전시켜온, 소위 토착화·현지화 과정에 집중한다. 더 흥미로운 건 전시기법이다.

영화·사진·인터뷰 등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동원해 관객이 오감으로 음식을 느끼고, 나아가 이야기를 꾸며보도록 구성했다. 수동적 객체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의 관객에 무게를 싣는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넘어 스토리두잉(storydoing)쯤 된다.

  서울 망원동의 이자카야(居酒屋) ‘타마시’와 일본 요코하마의 고깃집 ‘도야지’도 둘러볼 수 있다. 식탁 중앙의 모니터 버튼에서 식당 하나를 선택하면 주변 3개 벽면에 해당 식당의 내부와 거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관객들은 자기가 고른 식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꼬치구이를 먹는 듯한 기분에 젖는다. 조미료·라면·전기밥솥 등에 대한 할머니 세대의 인터뷰 영상을 감상하고, 1970~80년대 인기 있었던 서울 정동의 경양식집 ‘이딸리아노’ 식탁에 앉아보기도 한다.

 민속박물관 김창호 학예사는 “문화의 소비·생산 경계가 얕아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박물관도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반응도 좋다. 지난 40여일간 30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 다음달29일까지. 매주 화요일 휴관. 02-3704-3114.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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