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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이 명언 꼭 넣어달라” 시나리오도 바꾼 리암 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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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 자유공원을 찾은 리암 니슨이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그 옆 현충탑에 새겨진 전몰장병 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CJ E&M]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저버리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는 맥아더의 명언을 영화에 꼭 넣어달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세트장에서 촬영중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1880~1964)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64)은 제작진에게 이같은 제안을 했다.

이 뿐 아니다. 그는 맥아더 장군이 존경했던 인물인 에이브러햄 링컨과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맥아더 집무실의 책상 뒤에 거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제작진은 두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영화 제작사인 태원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리암 니슨이 맥아더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건 알았지만, 캐릭터 연구가 이 정도로 철저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니슨이 제작진의 오랜 설득 끝에 ‘인천상륙작전’ 출연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봄이다. 제작진은 니슨이 맥아더 장군과 외모가 흡사한데다, 나이도 비슷해 그 외의 대안은 생각치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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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틀쉽’에 함장으로 출연했던 리암 니슨(왼쪽). 맥아더 장군과 외모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테이큰’ 시리즈 등 한국에서 인기많은 배우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니슨이 캐스팅을 수락하며 내건 조건은 간단했다. 맥아더에 대한 공부를 할 시간이 필요하니, 올해 1월에 촬영에 합류하겠다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그는 제작진에게 “맥아더를 단순히 영웅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다. 인간 맥아더를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영화에는 부하들 앞에서 용맹한 모습을 보이던 맥아더가 침실에 홀로 앉아 떨리는 손을 보며 ‘난 왜 전쟁터에서 평생을 보내고 있는가’라며 인간적인 고뇌에 빠지는 장면이 있다.

모자와 선글래스를 벗으면 주름진 얼굴의 볼품없는 70세 노인에 불과한 맥아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요구에 따라 의상팀은 머리숱이 적은 가발을 준비했다.

 니슨이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은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는 미군 수뇌부에 맞서 ‘인천에 상륙해 북한군의 보급로를 끊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언쟁을 벌이는 장면, ‘어떻게든 이겨서 대통령 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난 속에서 트루먼 대통령에게 간신히 작전을 허락받는 장면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판단했고, 연기 집중을 위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제작진에 특별 주문을 했다. 새벽 4시까지 대사를 연습하고 곧 아침 촬영 현장에 나오는 열성도 보였다.

 내한 사흘째인 13일 니슨은 자발적으로 인천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찾아 헌화했다. 현충탑에 새겨진 전몰장병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침통한 표정을 지어 관계자들을 숙연케도 했다.

 그는 할리우드 톱스타답지 않은 털털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애초 제작진은 바쁜 니슨의 일정을 고려해 맥아더 장군 분량을 미국에서 촬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나 한 명 때문에 많은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 혼자 한국에 가는 게 낫지 않겠냐”며 한국행을 결정했다.

내한 이후 그는 호텔방과 세트장만 왕래하며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 저것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얼마전 수술 받은 어깨 재활을 위한 간단한 운동기구만 호텔방에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영화는 순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되며, 올 여름 개봉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선행된 특수첩보작전에 투입된 영웅 8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정재가 특수작전을 이끈 해군 대위 장학수 역을, 이범수가 인천 방어 임무를 맡은 북한군 장교 림계진 역을 맡았다.

둘 간의 속고 속이는 첩보전이 핵심 줄거리지만, 상륙작전을 총지휘했던 맥아더 장군의 의사결정 과정과 고뇌가 꽤 비중있게 그려진다.

영화의 투자배급사 CJ E&M의 윤인호 홍보팀장은 “역할 비중은 장학수 대위가 가장 크지만, 작전의 판을 짜는 키맨으로서 맥아더의 존재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니슨은 2주 간의 촬영을 마치고 26일 출국한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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