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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변호사들의 판검사 평가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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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사회부문 기자

지난 19일과 20일 연이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평가’ 바람이 몰아쳤다. 변호사들이 지난 1년간 진행한 검사 평가(대한변호사협회 주관), 판사 평가(서울지방변호사회 주관)의 결과가 하루 차이를 두고 발표되면서다.

 우수 검사나 우수 판사 명단보다 더 눈길을 끈 건 ‘나쁜 사례’들이었다. 검사가 조사 도중 피의자에게 자신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종용하는가 하면 사기 피해자에게 “사기를 당한 놈이 미친 놈 아니냐”고 모욕을 주는 행태 등 다양한 사례들이 공개됐다. 판사들도 이에 못지않았다. 일부 판사는 여전히 공개된 법정에서 막말을 했다. 형사사건으로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한심하다. 무슨 3류 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전혀 없다”며 모욕을 줬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여성에게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판검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직접 물어봤더니 “변호사들에 의한 평가가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겠느냐”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았다. 특히 이번에 첫 평가를 받은 검찰 쪽 반응이 더 시큰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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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한 검사는 “판사들이야 공개된 법정에서 한 말들이지만 검사들 사례는 비공개 조사실에서 이뤄진 것들이라 변호인이 자의적으로 써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검사에게 앙심을 품은 변호사 한 명에 의해 나쁜 검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들의 평가 참여가 낮은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실제로 대한변협이 서울변회 회원 1만26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검사 평가에는 438명(3.5%)만이 참여했다. 평가 결과 우수검사로 뽑힌 10명 중 한 명이 외부 인사로부터 향응을 받았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평가의 공정성에 생채기를 입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들이 검사평가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2008년 말 시행 후 8년째를 맞는 법관평가도 처음엔 이랬다. 당시 전체 변호사 6300명 중 491명(7.7%)이 참여했는데 이번엔 1452명(11%)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평가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평상시 누군가 보고 있다는 의식을 판사들이 하게 되면서 법정 막말 감소 등의 억제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를 받은 하위 법관의 비율도 3.24%로, 지난번(4.58%)보다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변호사들에 의한 평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판검사들의 자세다. 법조 3륜의 한 축인 변호사만큼 판검사들의 잘잘못을 더 잘 아는 직군도 드물다. 평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모욕적 언사나 막말을 추방하려고 애쓰다 보면 언젠간 평가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문병주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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