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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북핵, 합리적 비핵평화 정책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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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던 북핵 먹구름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번 4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량의 핵융합 물질이 배합된 핵분열탄일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하며 이번 사태를 위기로 규정했지만 비핵화를 가져올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제 공조도 삐걱거리고 있다.

 당국자들의 위기감만큼 북핵은 실로 심각한 상태다. 첫째, 북한은 원자로 재가동 및 새 원자로 건설, 핵농축 시설 가동 등 핵물질 확보 체제를 갖추고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10~15개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5년 내에 20~130개 제조 분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둘째, 북한은 투발 수단으로서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미 한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대한 이동식 발사 능력도 확보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확보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은 이미 엄연한 현실이며 나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 핵무기가 한국 안보에 용납될 수 없는 위협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량살상무기 중 가장 공포스러운 핵무기는 실제 사용되었을 경우 종말론적 무기가 되지만 보유 자체만으로도 ‘핵 공갈’의 능력을 가져다준다. 향후 휴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나거나 다른 남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또는 북한이 한국 내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핵공격을 위협할 경우 우리는 반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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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제시된 우리의 대응은 핵억지, 핵방어 그리고 국제 제재의 세 가지다. 국제정치학 정설은 핵무기는 핵무기만이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론이나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은 둘 다 현실성이 없다. 미국 핵확장 억지의 경우도 프랑스 드골이 반문했듯이 미국이 과연 한국을 위해 북한과의 핵전쟁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신뢰성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대응책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을 결합한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이다. 하지만 미사일방어는 경고시간이 최악의 경우 1~2분에 불과한 한반도에서 효과가 의문시된다. 킬체인의 경우 선제공격 논란도 있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이동하는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것이다. 4차 북 핵실험은 사전에 전혀 탐지되지 못했기에 더욱 놀라웠다.

 세 번째 국제 제재인데 문제는 여전히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유엔에서 ‘트리거(trigger) 조항’에 의거해 중대 조치를 논의는 하겠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제재안 통과는 거의 무망한 상태다.

 이렇게 기존의 북핵 대응은 제한되거나 실패했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계속 실패할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웬만한 제재나 외교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 체제 안정을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한 북한은 핵무장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를 향한 새로운 길을 이 두 방향에서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 자신의 말처럼 핵무장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외부 위협을 해소시켜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이 대북 불가침을 약속한 이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동의했으며, 6자회담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포함시킨 9·19 합의(2005)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다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했을 때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으며(2003), 9·19 합의에서 평화 축은 무시되고 비핵화 축만 압박했을 때 6자회담을 떠났다(2008).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또한 중국을 비핵화 전선의 주역으로 끌어내는 데에도 피벗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최근 비핵화, 평화, 대화 중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결일불가(缺一不可) 원칙을 밝혔다. 만일 북한의 대외 위협을 제거해줄 평화 체제가 논의된다면 중국도 더 이상 북한 핵무장을 감싸 돌지 못할 것이다. 만일 북한이 평화 옵션을 거부하고 핵무장을 계속하는 ‘비합리적’ 행위자로 판명될 경우 중국은 비합리적 행위자 제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합리적인 북핵은 언제라도 탄두를 베이징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합리적 북한 정권의 교체 가능성을 열 수 있도록 북한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북진하지 않겠다는 등 중국으로 하여금 순망치한의 우려를 덜어주는 것도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선택은 20년간 실패한 선(先)비핵화 정책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합리적인 비핵평화 정책을 새로이 열 것인가에 놓여 있다.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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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