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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와이프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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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묻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일단 돌려보냅니다.” 인재 영입 경쟁이 한창인 요즘, 한 신당 관계자가 의외의 말을 했다. 참신한 후보를 발굴하려면 구애를 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의 설명은 달랐다. “일주일을 줄 테니 부인과 영화를 보든 레스토랑에 가든 정치권에 가도 좋다는 사인을 받아 오라고 주문합니다. ‘와이프 공천’을 따내는 이들은 극소수예요.”

 정계에 뛰어든 이들도 배우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입당 회견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정치가 중요하다고 해왔으니 그 말에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에 입당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도 문재인 대표를 함께 만난 남편이 “도와줄 테니 해보자”고 해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더민주 비대위원장 역할까지 맡을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통화 중에도 “식사하세요”라는 부인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 가야 하니 전화 끊어요”라고 한다.

 와이프 공천이 정당 공천보다 위력이 센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남편이 국회의원 후보자 어깨띠를 두르는 순간 부인에게도 세상의 시선이 쏟아진다. 혹한에도 새벽에 지하철역에 나가 남편 옆에서 인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봉사에 나서 떡국을 끓이고, 동네 목욕탕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의 등을 밀어드릴 수 있다. 자녀 입장에서도 아버지의 얼굴 보기가 힘들어지니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공복이 되겠다고 나서는 출마가 집안의 반대 대상이 된 현상은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경기지역에서 출마 예정인 한 예비후보자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주면 60% 이상은 불쾌해한다. ‘정치인은 선거 때만 저러지 당선되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권자의 따뜻한 시선 대신 무관심과 질타의 대상이 된 한국 정치의 민낯을 아는 아내와 남편이 배우자의 정계 입문을 환영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대선 등에서 후보 부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우리와 대조적이다. 2012년 미 대선 공화당 컨벤션에서 갑부인 미트 롬니 후보의 부인 앤 롬니는 연설에 나서 유방암 투병 생활을 공개했다. 일반 사람들의 삶과 차이가 없다는 이미지를 전했다. 당시 민주당 컨벤션에서도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오바마 대통령과 젊은 시절 낡은 자동차를 타고 데이트했던 일을 소개했다. 어떤 연사보다도 이목을 끌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국내에 이런 문화를 만들려면 깜짝 발탁식 영입 문화부터 바꾸면 좋겠다. 젊은 층을 각 정당이 영입해 장기간 지원하면서 지방의원과 지자체장, 국회의원으로 성장하게 하면 갑자기 아내가 유세장에 따라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역만 유리한 제도를 바꿔 예비후보에게 선거운동 기간을 확 늘려 주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거리 유세 위주인 선거운동을 외국의 타운홀 미팅처럼 정견 발표로 바꾸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성탁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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