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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표준어가 된 ‘푸르르다’의 활용법

“겨울이 다 되어야 솔이 푸른 줄 안다!” 산과 들의 푸른빛이 사라진 한겨울이 돼서야 소나무가 푸르다고 느끼는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에게도 한겨울의 푸르른 소나무와 같은 진정한 리더십이 간절하다.

 “한겨울의 푸른 소나무”를 “한겨울의 푸르른 소나무”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까? 올해부터 이러한 표현이 가능하다. ‘푸르다’와 말맛이 다른 ‘푸르르다’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해 사전에 올렸기 때문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등의 표현이 이제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푸르르다’는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푸르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쓸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푸르르다’도 ‘푸르다’와 같은 방식으로 끝바꿈할까?

 ‘푸르다’는 러불규칙용언이다. 어미 ‘-어’ ‘-어서’의 ‘-어’가 ‘-러’로 바뀌는 러불규칙활용을 한다. ‘먹다’는 ‘먹어’ ‘먹어서’로 바뀌지만 ‘푸르다’는 ‘푸르어’ ‘푸르어서’가 아닌 ‘푸르러’ ‘푸르러서’로 바뀐다. 과거형도 마찬가지다. ‘푸르었다’가 아닌 ‘푸르렀다’로 활용된다.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붙을 때엔 ‘푸른’ ‘푸르고’ ‘푸르게’ ‘푸르니’ ‘푸르면’ ‘푸르지’ 등처럼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푸르르다’는 러불규칙용언이 아닌 으불규칙용언으로 분류했다. ‘푸르르다’를 ‘푸르르러’ ‘푸르르렀다’로 러불규칙활용을 하면 안 된다. ‘크다’가 ‘커(크+어)’로 바뀌는 것과 같이 용언의 어간 ‘으’가 어미 ‘-아/-어’ 앞에서 탈락하는 으불규칙활용(학교 문법에선 규칙적인 음운 탈락 현상으로 봄)을 한다. 푸르러(푸르르+어)’ ‘푸르렀다(푸르르+었+다)’로 바뀐다. 어미 ‘-어’ ‘-었다’가 붙은 ‘푸르러’ ‘푸르렀다’의 경우 결과적으로 ‘푸르다’와 활용꼴이 같지만 활용법은 다르다.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올 때에는 ‘푸르른’ ‘푸르르고’ ‘푸르르게’ ‘푸르르니’ ‘푸르르면’ ‘푸르르지’ 등처럼 활용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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