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나도 한마디] 동네빵집으로 13년 버틴 힘은 정성과 좋은 재료

기사 이미지

서울 신내동 ‘밀로베이커리’의 홍소춘 사장이 빵을 포장하고 있다. 그는 “빵 맛이 좋다”는 고객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 강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밀로베이커리’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마흔세 살 평범한 자영업자입니다. 이곳에 가게 문을 연 지도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군 전역 후 ‘내 가게를 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낮에는 배달 일을 하고 밤에는 제빵 기술을 배웠습니다. 1년 과정을 마친 뒤 더 많은 기술을 배우려고 목동·대치동·분당 등 여러 곳의 제과점에서 10여 년 동안 기술을 쌓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개인 제과점이 굉장히 잘 됐습니다. 제 꿈도 빵과 함께 부풀어 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2003년 우리 동네에 빵집을 처음 개업했을 때는 제법 가게 규모가 컸습니다. 공장장을 포함해 직원만 다섯 명이었어요. 당시에는 경기도 좋았고, 주변에 큰 빵집도 없어서 장사가 곧잘 됐습니다. 가게를 내면서 진 빚도 조금씩 갚아가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더군요. 번화가에서나 볼 수 있던 프랜차이즈 빵집이 2006년부터 매년 가게 주위에 생겨났습니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빵집을 규제한다지만 이미 골목 상권까지 다 들어온 후였습니다. 지금은 제 가게 주변에 5개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 하나가 늘 때마다 가게 매출이 확확 줄어들더니 결국 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재료비를 낮출까 고민해봤지만 양심상 도저히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쓸 수는 없었습니다. 차라리 인건비를 아껴서 비용을 절감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즈음 저와 비슷한 가게를 운영하던 선후배들도 대부분 혼자서 일하기 시작하더군요. 직원들을 한 사람씩 차례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게를 겨우 지킬 수 있었습니다. 제 아내도 결혼 전 따둔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보여주며 함께 빵을 만들겠다고 가게로 나왔습니다.

 직원 없이 빵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하루 13시간 넘게 가게에서 보내는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합니다. 곧 설 연휴지만 저는 1년에 두 번, 명절 당일만 쉽니다. 하루만 쉬어도 가게 임대료와 운영비 손실이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마음껏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아르바이트 판매 직원 인건비도 너무 비싸서 손님이 많이 몰리는 주말 등 몇 시간 단위로 3명을 번갈아가며 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노력과 기술, 성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고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가게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신 빚을 내서 새롭게 가게 인테리어를 했지요. 그때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 손님들이 계셨습니다. ‘아, 노력하면 알아주시는구나’ 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더 기술을 연마해서 제과제빵기능장 자격증도 땄습니다. 요즘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분들은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분들의 “빵 맛이 좋다”는 칭찬과 격려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프랜차이즈 빵에 식상해진 고객들이 정성껏 손으로 만든 제품을 알아주시면서 더 잘 되는 몇몇 빵집들을 보면서 저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은 빵집 하겠다고 기술을 배우는 젊은 후배들이 없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기술을 배우면 내 가게를 열 수 있어’ 하고 희망을 갖는 대신 ‘빵집은 돈만 있으면 기술이 없어도 프랜차이즈로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규격화된 빵과 케이크가 아니라 특색 있는 레시피로 만든 맛있는 빵들이 동네마다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손님들은 다채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좋고 빵집 주인들은 장사가 잘 돼 행복하겠지요. 기능이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글=홍소춘 밀로베이커리 사장
사진=강정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