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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튤립’ 홍콩 달러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21일 다시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23% 내렸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도 1.82%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시중에 단기 유동성 4000억 위안(약 73조3500억원)을 풀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도 2.43% 미끄러졌다. 코스피도 0.27%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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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달러 값은 여전히 불안했다. 21일(오후 7시 현재) 달러당 7.8141홍콩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에 비해 약간 상승했지만 올 들어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7.8293홍콩달러까지 떨어지며 3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홍콩달러 값 하락은 곧바로 홍콩증시 급락으로 연결된다. 20일 홍콩 H지수와 항셍지수가 3~4% 떨어진 데 이어 21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진 배경에는 홍콩달러 값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미국 달러에 묶인 홍콩 달러는 안전한 닻과 같았다. 홍콩은 외환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1983년 달러 페그제를 도입했다.

페그제란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에 고정하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할 것을 약속한 제도다. 홍콩의 환율은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에서 움직인다. 변동성이 작은 까닭에 믿을 만한 통화로 여겨졌다.

 그 덕에 중국으로 주권반환과 아시아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에도 홍콩달러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운명이 다한 것일까.

홍콩달러는 요즘 핫머니의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홍콩달러 값은 올 들어 21일까지 0.84% 하락했다. 페그제하에서 사실상 폭락이다. 투기 세력은 페그제 포기에 베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달러를 둘러싼 시장과 당국의 힘겨루기를 ‘검은 튤립’에 비유했다. 홍콩 당국과 시장이 고정환율제(검은 튤립)를 놓고 일전을 치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는 홍콩달러를 사들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과 한 몸이 된 경제에 대한 불안과 페그제가 갖는 문제점 때문에 홍콩달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FT는 “중국에 맞춰진 홍콩의 경제 펀더멘털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 통화정책을 긴축 쪽으로 틀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건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뜻이다. 외국 투자자본이 홍콩을 떠나는 이유다. MK 탕 골드먼삭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홍콩을 빠져나갈 자금이 3000억 홍콩달러(약 4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청(HKMA)은 딜레마에 빠졌다. 홍콩은 환율을 고정하고 자본 유·출입에 따라 국내 통화량을 조절한다. 자본 유출로 홍콩달러 값이 떨어지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환율을 방어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지는 데 돈줄까지 조이면 경기는 더 고꾸라질 수 있다. 올 들어 21일까지 홍콩 증시는 15.39% 하락했다.

 그렇다고 페그제를 폐지하거나 바스켓 연동제 등으로 외환정책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와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홍콩은 급격한 자금 유출에도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택했다. 당시 금리는 23%까지 치솟았고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25%가 사라졌다. 98년 경제성장률은 5.9% 하락하며 침체를 겪었다.

HKMA 노만 찬(陳德霖) 총재는 “달러 페그제는 홍콩 통화와 금융 안정의 초석인 만큼 제도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시에테제네랄(SG)도 “홍콩이 페그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5% 미만”이라고 예상했다. 대신 홍콩 통화당국이 공매도 규제 등 투기 세력에 맞서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검은 튤립=가장 아름답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귀한 것으로 투기의 상징으로 불린다. 17세기 네덜란드를 휩쓴 ‘튤립 투기’를 배경으로 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검은 튤립』에서 따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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