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건파일] "2만km로 꺾어주세요"…렌터카 주행거리 불법 조작업자 경찰에 덜미

 


전국을 돌며 렌터카나 중고거래 차량의 주행거리를 줄여준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업계에서 ‘기술자’라고 불린 이 남성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렌터카 업체·중고차 매매상·카센터 등을 상대로 영업했습니다. 모두 주행거리를 줄였을 때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업체들이었습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93대 차량의 주행거리를 조작하고 116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정모(54)씨를 붙잡았다고 19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고 카센터를 운영하는 등, 20여년간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종사한 전문가였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카센터 운영을 접은 뒤, 관련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일명 ‘꺾기(주행거리 조작을 의미)’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직접 명함을 뿌리고, 문자 광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문자를 돌릴 때에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대포폰을 사용했습니다. 직원 없이 단독으로 영업했고, 의뢰를 받으면 지방도 마다 않고 내려갔습니다. 조작 1건당 5만~17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사 이미지

[콤프레셔 등 카센터 장비 실은 정씨 차량]

기사 이미지

[압수품 사진(스캐너)]
 


정씨는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를 읽어내는 스캐너를 이용해 계기판의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정씨는 주행거리 조작 기술을 인터넷을 통해 배웠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정씨가 카센터를 운영하며 알게 된 업계 정보와 전문 지식이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업은 20~30분이면 끝납니다. 차량에서 계기판을 분리한 뒤, 메모리칩에 전용 스캐너를 연결해 차량의 정보를 읽습니다. 스캐너 상에서 차량의 주행거리를 직접 입력하면 메모리칩의 정보가 바뀝니다. 그렇게 정씨는 200대 가까운 차량의 주행거리를 수만km씩 줄여놓았습니다.

정씨의 범행은 렌터카 이용 고객의 제보로 경찰에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6월, 그랜저 차량을 렌트해 5개월째 사용하던 이석우(40)씨는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아 보험사 정비기사를 불렀습니다. 해당 렌터카 사고 이력을 조회해 본 정비기사는 8개월 전과 현재의 주행거리 차이가 너무 커서 정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씨가 해당 차량을 빌릴 때 계기판에 찍힌 주행거리는 약 2만 1000km였습니다. 그런데 정비기사가 확인한 8개월 전 주행거리는 13만km 이상이었습니다. 렌트 비용은 보통 연식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 차이가 납니다. 이씨는 “10만km를 넘게 달린 차량을 거의 신차 가격에 대여한 격”이라면서 “주차해둔 상태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지, 운행 중에 시동이 꺼졌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중순 이씨의 제보를 입수해 해당 렌터카 업체에서 주행거리 조작 사실을 확인했고, 잠복수사 끝에 10월 30일 정씨를 검거했습니다. 정씨는 “카센터 문을 닫은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렌터카나 중고차를 구하는 고객들은 주행거리가 적은 차량을 선호합니다. 새 차에 가까울수록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정씨에게 조작을 의뢰한 고객 중 렌터카 업자가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많은 34명이 중고차 딜러였습니다. 경찰은 “운전자가 차량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고속주행을 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주행거리 조작이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씨의 고객 중에는 업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주행거리가 6만km를 넘으면 무상 A/S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카센터 등을 통해 조작을 의뢰한 겁니다. 경찰은 정씨에게 조작을 의뢰한 렌터카 업자와 중고차 딜러 등 총 102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적은 차량은 일단 의심하고, 계기판을 열었던 흔적이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엔진, 페달 등 차량 부속품이 닳은 정도도 정보가 됩니다.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 (http://www.ecar.go.kr)에 접속해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주행거리 등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