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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녀 때렸나…“키우는 법 서툴러” “돈 없어서”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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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생 최군(2012년 사망 당시 7세)은 아빠에게 수시로 매를 맞았다. 학교는 입학 후 2개월 다닌 게 전부다. 어머니가 일나가면 무서운 아버지와 종일 함께했다.

최근 10개 학대 사건 분석해보니
아들 시신 훼손한 아버지 최씨
“나도 맞고 자라” 학대 대물림
인천 A양 부친은 게임에만 열중
부부 갈등, 우울증도 원인으로
“부모도 아이 키우는 법 배워야”


2012년 10월 어느 날 아버지는 평소 몸 씻기를 싫어하던 최군을 욕실로 데려갔고 버티던 아이가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는 바람에 최군은 한달 뒤 결국 숨졌다. 아버지는 최군의 시신을 훼손해 3년 이상 냉장고 냉동 칸에 보관했다. 15일 세상을 경악하게 한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이다.

 18일 경찰 수사에 따르면 최군의 아버지 최모(34)씨와 어머니 한모(34)씨는 아이를 키울 준비가 제대로 안 된 부모들이었다. 양육 태도가 미숙했고 양육 방법도 서툴렀다. 특히 아버지 최씨가 어릴 적 부모에게 학대당한 경험이 아들 최군에게 대물림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씨는 경찰에서 “나도 체벌을 받다가 다쳤지만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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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수사 중인 부천원미경찰서 관계자는 “부모 모두 방임과 방치된 성장기를 거쳐 심리적·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을 살았다”며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과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 상황 등이 범행의 이유로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얻은 결과다.

 ‘사랑의 둥지’가 돼야 할 가정이 ‘학대 의 온상’이 되고 있다. 본지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10건의 영·유아 살해 및 학대 사건 가해자의 행위 특성을 분석했다. 행위 특성을 20개 유형(사건당 주요 원인2개)으로 분류해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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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6건)과 ‘경제·사회적 스트레스’(5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양육 준비가 안 된 부모들이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그만큼 높은 셈이다. 이어 ‘부부 및 가족 갈등’(4건), ‘학대 대물림’(2건), ‘우울증’(2건), ‘원치 않는 아이 출산’(1건) 순이었다.

 장기 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불러온 ‘인천 A양(12) 학대 사건’도 이번 최군 사건과 판박이다.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 경제적 빈곤, 학대 대물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게임만 하던 아버지(34)와 동거녀(35)는 2012년 9월부터 A양을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학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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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경북 구미시에서 두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모(당시 나이 22세)씨도 아이를 키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고교를 중퇴한 정씨는 일찍 결혼해 부인(21)과의 사이에 아들을 뒀지만 별거 상태가 됐다. 혼자 아이를 키우던 정씨는 PC방에 가야 하는데 아이가 안 잔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는 “한마디로 자식 키울 준비가 안 된 아버지의 엽기 행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춘천에서 10대 미혼모 송모(17)양이 16개월 된 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던 송양은 낮에 잠을 자던 아이를 몸으로 눌러 살해했다. “아이만 없으면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게 살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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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핍한 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잔인한 자녀 살해의 구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생후 일주일 된 자녀 2명을 잇따라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30대 여성이 갓 낳은 아이를 전남 나주의 친정으로 택배 보낸 엽기적 사건도 그랬다.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던 이모(35·여)씨는 자신이 낳은 여아를 살해한 뒤 시신을 상자에 담아 친정으로 택배 발송했다. 지독한 생활고를 살해 이유로 내세웠다.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과 우울증이 아이 학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전모(34·여)씨는 울산시 동구 전하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 박모(29)씨와 술을 마시다 육아 문제로 다투던 중 대걸레 자루로 30개월 된 둘째 딸을 수십 차례 때려 살해했다. 남편은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난해 9월 우울증을 앓던 황모(38·여)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자신의 집에서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다섯 살짜리 아들의 손을 묶어 물이 찬 욕조에 넣어 질식사시켰다.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남편을 아이가 따른다는 게 이유였다. 황씨는 “아이가 잠을 자다 죽었다”고 속여 장례식까지 치렀다.

 이처럼 준비 안 된 부모들에게 ‘아버지 교실’ ‘어머니 교실’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철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떤 게 방임·학대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부모가 올바른 양육법, 이상적인 부모·자식 관계를 맺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부천·춘천=박수철·최모란·박진호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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