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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정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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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복지는 정치를 먹고 산다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1981~2011년 선거가 없던 해의 복지지출 평균증가율을 100으로 잡으면 선거가 있던 해는 139였다. 그리스(220)가 높은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스웨덴(176)도 꽤 높다. 독일(117), 일본(116), 미국(96)은 낮은 편이다. 그러면 한국은? 107이다. 안상훈·강원택 등 서울대 교수 5명의 공저 『복지정치의 두 얼굴』의 분석이다. 한국 복지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해마다 커지고 있어 지금은 스웨덴을 추월했을 수도 있다.

 혹자는 “선진국도 별 수 없네”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선진국의 복지정치는 한국과 다르다. 가속 페달만 밟지 않는다. 고령화·저성장 등의 장애물이 보이면 적절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스웨덴은 9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에 그랬다.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보육을 하지 무상보육을 하지 않는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혼란을 보면 한국은 복지가 정치를 먹는 게 아니라 정치가 복지를 폭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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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3무+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을 내걸어 재미를 봤다. 이에 질세라 2011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황우여 원내대표가 0~4세 무상보육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2012년 여야 합작으로 0~2세 무상보육을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정부가 고치려 하자 여야가 함포사격을 퍼부어 없던 일로 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는 나란히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대선 직후 여야 합의로 무상보육을 시행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진보 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니 책임지라”고 나온다. 문 후보가 당선됐다면 보수 교육감들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니 책임지라”고 나왔을지 모른다. 어떨 때는 ‘유치원 아이만 내 새끼지 어린이집 아이는 아니다’고 억지를 부린다.

 누리과정 파동은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4월 총선에 복지 공약 잘못 했다가는 ‘네가 책임지라’고 험한 꼴 당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획재정부·교육부와 진보 교육감이 며칠 밤을 새우면서 교육청의 돈주머니를 따져보자. 진짜 부족하다면 중앙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단기 대책보다 한국형 복지 모델과 재정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급하다. 득표용 가짜 복지가 아니라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합의하는 게 진짜 복지정치가 할 일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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