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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트럼프의 금속탐지기 유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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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한국에서건 미국에서건 여러 유세장을 취재차 직접 찾아본 적은 많았지만 금속탐지기로 제대로 된 검색을 당하며 입장한 적은 지난 11일(현지시간)이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가 열리는 뉴햄프셔주 윈덤의 한 콘퍼런스홀에서였다. 행사가 시작되는 두 시간여 전인 오전 9시 건물 입구에 도착하니 미디어 출구에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접수를 마치고 비표를 받는데 이어폰을 귀에 낀 ‘깍두기’ 헤어스타일의 짧은 머리의 백인 보안요원이 “문을 가로막지 말고 한 줄로 줄을 서”라고 기자들에게 지시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경호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생각나서 그에게 “백악관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노(No)”라는 한마디로 차갑게 답했다. 이어 한 명씩 입구를 통과하는데 선반 위에 모든 소지품을 다 꺼내 보이란다. 다음으로 두 손을 하늘로 쳐든 기자를 놓고 다른 직원이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위아래로 흔들며 꼼꼼히 검사했다. 그 옆에선 시꺼먼 개 한 마리가 기자들의 카메라 장비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들어와 보니 일반인들의 입장 역시 만만치 않았다. 행사장 정문인 일반인 출입구는 공항이나 정부 청사의 보안을 연상케 했다. 참석자들은 문 형태의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앞에서 탐지기를 지나 들어오는 이들을 푸른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제대로 된 검색을 거쳐야 유세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은 미국에선 어쩌면 당연한 조치다. 총기 보유가 허용된 나라인 데다 테러 위협이 남의 일이 아닌 만큼 주요 대선 주자를 경호하기 위해선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트럼프 유세장이라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미국인과 불법이민자, 정상적 시민과 무슬림이라는 각종 이분법을 동원하며 논란을 불렀기 때문에 유세 현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시위나 돌발 사태 가능성을 대비해 검색을 더욱 강화한 것은 아닌가. 실제로 지난해 10월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장에 히스패닉 청년들이 난입해 시위를 벌이며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현장에선 시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쫓겨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철저하게 집토끼 화법을 구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7년 동안 나아진 게 없고 나라는 더 위험해졌다는 백인 보수층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파고들었다. 미국 시장은 중국이 접수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 총기 난사 테러까지 벌어졌는데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으려 한다며 현직 대통령에게 ‘해고’를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난민을 받았다가 집단 성폭력 사태를 부른 주역으로 트럼프의 비난 메뉴에 올랐다. 그러니 유세 현장에 히스패닉이나 중동계 청중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들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는 물리적 검색은 감수할 수 있었겠지만 유세 현장의 분위기는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검색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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