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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불편한 고졸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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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뉴디지털실장

벌써 6년 전 일이다. 학력사회가 빚어낸 각종 병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고졸이 서러운 사회’라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낸 적이 있다. 각 부서에서 모인 팀원들 모두 기사의 방향은 물론 대안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컸던 탓이다. 게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바로 고졸 출신 성공사례의 취재였다.

 학력의 벽에 막힌 고졸 사회인들에겐 희망을, 또 우리 사회 전반에는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 등에서 일하는 고졸 임원이나 관리자급을 접촉했다. 기획 의도가 좋으니 웬만하면 취재에 응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대부분 취재 자체를 고사했고, 어렵게 취재에 응한 사람도 익명을 요구했다.

 탁월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대졸자도 어렵다는 임원 자리까지 오른 이들이 한사코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길 거부한 이유 역시 고졸이라는 학력에 있었다. “거래처 등에 알려지는 게 싫다”거나 “가족이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한결같이 역경을 딛고 성취한 현재의 성공 스토리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고졸 ‘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는 걸 더 부담스러워 했다. 학력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조차 이 정도라면 다른 많은 이가 겪는 고충은 더 들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고졸로 입사하면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오르든, 심지어 나중에 대학 졸업장 정도가 아니라 석·박사를 딴다 해도 고졸 출신이라는 ‘신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다들 대학으로 달려갈 때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중에 부족한 공부를 채우고 그보다 더 값진 현장 지식을 쌓아도 평생 고졸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얘기다. 뭔가 이룰 때마다 주변에선 “고졸인데 대단하다”라고 치켜세우지만 실은 뿌리 깊은 편견이 깔려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전무를 영입하면서 그의 성공 스토리, 다시 말해 ‘고졸 신화’가 다시 한번 세간에 회자됐다. 양 전 전무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여전히 ‘고졸’이다.

 양 전 전무처럼 학력의 벽을 뛰어넘은 성공 스토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한 번 고졸은 영원한 고졸’이라는 식의 일그러진 ‘고졸 신화’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안혜리 뉴디지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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