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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수장들에게 묻다, 나만의 건강법

종교계 최고 지도자의 건강법은 뭘까. 병신년을 맞아 각 종단 수장들에게 물었다. 때로는 마음, 때로는 몸, 때로는 음식에 대한 ‘나만의 건강법’을 수장들은 세세하게 털어놓았다. 거기에는 몸과 마음, 그리고 종교를 관통하는 ‘이치의 눈’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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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이 기체조인 영선도인법을 하고 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13일 서울 집무실에서 한양원 회장을 만났다. 올해 93세다.

“예전에는 누가 ‘100세까지 사세요’하면 기분이 좋았지. 요즘은 좀 서운하더라고. 몇 년만 더 살라는 얘기잖아. 하하하.” 목청이 쩌렁쩌렁했다. 치아도 두 개만 제외하면 모두 원래부터 갖고 있던 거다.

한 회장은 자신의 건강비결로 ‘기체조’를 꼽았다. 그는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는 민족종교인 ‘갱정유도(更定儒道)’에 18세 때 입교했다. 그날부터 지금껏 75년째 매일 새벽마다 45~50분간 ‘영선도인법’이란 기체조를 하고 있다. 퇴계와 율곡도 했던 유교식 도인법이다.
 

3년 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어. 택시에서 내리다가 문에 손가방이 끼었어. 그런데 택시가 달려버린 거야. 한참이나 땅바닥에서 끌려갔어. 그때 병원에서 90세 넘은 사람이 고관절이 나갔으니 못 산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회복했잖아. 나중에 의사들이 다른 사람보다 신경세포가 더 많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다 이 체조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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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범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한 회장은 집무실 바닥에 앉았다. 정좌한 채 숨을 들이켰다. 윗니와 아랫니를 서른여섯 번 ‘딱! 딱! 딱!’ 소리가 나게 마주쳤다.

“밤 사이에 풀어져 있던 치아를 이렇게 제자리에 박아두는 거야.” 그런 다음에 입술과 잇몸 사이로 혀를 둥글게 돌리면서 침샘을 자극했다. 몇 차례 하면 입 안에 침이 꽤 고인다고 했다.

"영선도인법에서는 침을 ‘신수(神水)’라고 불러. 신령스런 물이란 뜻이지. 예부터 상처에 침을 발랐잖아. 잡균을 죽이는 거지. 침은 독도 중화를 시켜. 입 안에 침을 가득 고이게 한 뒤 그걸 세 번에 걸쳐 나눠서 삼켜. 그럼 온몸에 신수 배치가 이루어져. 음식 소화도 잘 돼. 나는 이 나이 되도록 소화 안 돼서 음식 못 먹는다는 말은 안 해 봤거든.”

한 회장은 침만 잘 활용하면 만병(萬病)이 침범을 못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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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젊었을 때는 영선도인법을 해도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지. 나이가 40이 넘고, 50이 넘어가니까 실감이 나더라. 60, 70이 넘어가면 더 그렇지. 하루만 이걸 빠트려도 하루 온종일 몸이 지뿌드드하거든. 빼먹은 날은 발놀림도 둔하고, 목청도 가라앉고, 생각하는 힘도 약해져. 참 놀랍지.” 그런데 아침에 도인법을 한 날은 달라진다. “‘지금도 청년이 하는 걸 내가 왜 못해?’란 생각이 들어. 힘이 있어야 그런 생각도 드는 거 아닌가?.”
 
[올해 93세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이 75년째 새벽마다 하고 있는 '영선도인법'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연한 몸놀림이 93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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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은 주위 사람이 놀랄만큼 소식한다. 사진 김성룡 기자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
정진석(85)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직을 은퇴한 후에도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한다. 1시간 동안 명상과 기도를 한다. 성경 말씀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는다.

정 추기경은 체격이 꽤 큰 편이다. 학창 시절에는 기계 체조를 했다. 첫눈에 봐도 어깨가 딱 벌어져 있다. 그런데도 식사량은 적다. 평소 소식(小食)하는 편이다.

서울대교구 허영엽 문화홍보국장은 “밥을 반공기도 안 될 만큼 드신다. 저희가 깜짝 놀랄 만큼 소식하신다”며 “복잡한 일들도 핵심을 간추려 단순화시키는 힘이 있으시다. 그만큼 매사에 긍정적이시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사고, 정 추기경 건강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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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의 건강법은 등산이다. 사진 박종근 기자

염수정(73) 추기경은 산을 좋아한다. 한때는 가톨릭 동호회가 아닌 일반인들의 산악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산악회원들이 가톨릭 사제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추기경에 서임된 후에는 공식 일정이 많아서 등산은 어렵다. 대신 가까운 남산에 종종 오른다. 명동성당에서 나와 서울예술대학 뒤를 지나 남산 중턱까지 올라간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난다. 주교관 성당에 가면 먼저 와서 기도를 하고 계시다. 7시30분에 미사를 봉헌하고, 8시에 신부님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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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는 군대에서 배운 도수체조를 수십 년째 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69) 대주교는 ‘나만의 건강 비법’이 있다. 군 복무 시절에 배운 도수 체조다.

김 대주교는 “‘도수 체조’라고 하면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다. 그게 아니다. 공들여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하면 운동 효과가 아주 크다. 나는 수십 년째 이걸 하고 있다. 나의 건강 비결이다”고 말했다.

해외 성지순례지에 가면 걸어야 하는 이동 거리가 꽤 된다. 김 대주교는 아무리 빡빡한 일정도 늘 가뿐하게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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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자기 전에 하루 일과를 복기한다. [사진 중앙포토]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자승(62) 총무원장은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난다. 먼저 30분간 요가를 한다. 요가는 젊을 적 선방에 다닐 때 배웠다. “그 다음으로 30분간 좌선을 한다. 화두를 들고 화두 참선을 한다.” 복식 호흡을 하면서 화두에 마음을 집중하면 모든 기운이 차분히 가라앉는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길거리 농구의 달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프로 농구선수와 맞대결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건 과장된 이야기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까지 길거리 농구를 열심히 했다. 젊을 적에 농구를 심하게 해서 무릎 연골이 좋지 않다. 요즘은 틈나는 대로 걷는다.” 집무실에서도 시간이 시간이 나면 큼지막한 ‘8’자를 그리며 걷는다. 공식 일정이 없을 때는 1시간씩 걷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 청사에서 총무원장실은 4층이다. 공양하는 식당은 지하에 있다. 자승 스님은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매일 걸어서 오르내린다. 이 덕분에 총무원의 부실장단 집행부 스님들도 함께 걸어서 다닌다. 취침 시간은 오후 10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둑 기사처럼 오늘 하루를 복기한다. 건강한 내일을 맞으려면 오늘에 대한 복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건 저렇게 했어야 하는데, 내가 잘못했군. 또 그때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실수했구나’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사람들은 크게 잘못하고, 크게 싸운 일은 돌아본다. 평범한 일상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복기를 안 하면 자기 반성할 기회가 없어진다. 그 역시 나의 건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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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이영훈(62) 대표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은 ‘나만의 건강법’으로 ‘마음’을 1순위로 꼽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때는 얼른 즐겁고 기쁜 생각으로 바꾼다. 그럼 순식간에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다. 그런 식으로 즐거운 마음을 유지한다. 그럼 스스로 강하고 담대해진다.”

이 대표회장은 기도 역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라 했다. “하나님 앞에서 나를 짓누르는 걸 내려놓으면 기쁘고 즐거워진다. 털어놓은 후에 밀려오는 마음의 평안, 그게 바로 기도 응답이다.”

이 대표회장은 ‘마음 관리’야말로 건강법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퍼지는 전염 속도는 무척 빠른데, 그걸 재빨리 즐거운 생각으로 바꾸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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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매일 아침 좌선과 요가를 한다.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교정원장은 원불교의 행정수반이다. 원불교 교무들은 매일 오전 5시부터 1시간 동안 좌선을 한다.

한은숙(60) 교정원장도 마찬가지다. 총부의 교무들과 함께 좌선을 한 다음에는 10분가량 체조를 한다. 국민체조와 기체조의 중간쯤 되는 요가다. 그렇게 몸을 푼 뒤에 담당 구역을 청소한다. 아침 좌선은 50분은 잡념을 비우고 삼매에 드는 선(禪)을 하고, 마지막 10분은 화두를 들고 수련하는 의두 연마를 한다.

한 교정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다. 마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령 TV를 보다가 동해 바다가 나오면 ‘아, 저기에 가고 싶은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 동해바다 구경 잘했네. 잘 갔다왔네’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렇게 자잘한 아쉬움도 마음에 남지 않도록 그때그때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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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박남수 교령은 매일 1시간씩 걷는다.


●천도교 박남수 교령
박남수(73) 교령은 오전 4시30분에 일어난다. 5시부터 명상 수련을 먼저 한다.

천도교는 명상할 때 기도를 한다. 이른바 ‘심고(心告)’다. ‘마음에 알린다’는 뜻이다. 박 교령은 “밥 먹을 때도 심고(心告), 기도할 때도 심고(心告), 출근할 때도 심고(心告), 모든 것을 한울님께 고하고 행동한다. 그래야 나의 기운과 대우주의 기운이 같이 돌아간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도 굉장히 큰 기운으로 할 수 있다. 나는 이걸로 아침을 연다”고 말했다.

경기도 덕소에 자택이 있는 박 교령은 아침마다 4~5㎞씩 걷는다. “한강변을 따라서 1시간씩 걷는다. 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한울님도 움직일 수 없다. 내 몸을 움직여야 한울님도 움직인다. 아침에 명상하고 주문 읽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몸을 움직여줘야 바깥의 모든 기운과 하나로 돌아간다.”

박 교령은 하루에 네 끼의 밥을 먹는다고 했다. 세 끼는 생명인 밥을 먹고, 또 한 끼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서 먹는 한울님의 기운이라고 했다. 그게 네 번째 끼니라고 했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KTX를 타고 간다고 하자. 그럼 그 기차와 함께 가면 내가 편하게 가지 않겠나. 그런 이치다. 한울님의 기운으로 하루를 살면 나의 건강이 훨씬 좋아지게 마련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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