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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하던 가정이 아동학대 가정으로…인천 A양 사건

"예전 부천에 살 때는 외식도 하고 공원에 놀러가고 그랬다." (인천 학대 아동 A양의 경찰 진술)

"학교 다닐 때는 키도 몸무게도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학대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A양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경찰이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의 피해자 A양(11)이 본격적으로 학대받은 시기를 인천으로 이사 온 2013년 7월로 추정한 이유다.

그 전까지만 해도 A양의 가족은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렇다면, A양의 아버지 B씨(32)와 B씨의 동거녀이자 A양의 새엄마인 C씨(35)가 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B씨와 C씨는 2007년 친구 생일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곧 연인 관계로 발전한 이들은 결혼하기로 했다. 당시 B씨는 A양의 친엄마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C씨도 결혼 경력이 있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결혼해 아이까지 한 명 낳았지만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가출했다. 시댁은 물론 친정과의 연락도 끊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상태를 들킬까봐 B씨에게 처음부터 가명을 알려줬다고 한다. B씨에게 "내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신고도 하지 않았다. B씨는 C씨와 혼인신고도 안된 사실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직후에 알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안돼 가정을 꾸렸다. B씨의 이혼으로 B씨의 친어머니가 키우던 A양도 데려왔다.

당시 B씨는 작은 회사에 다녔다. 월급으로 18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C씨는 전업주부로 살면서 A양을 친딸처럼 돌봤다. 가끔 A양을 체벌을 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훈육'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큰 씀씀이가 문제였다. 인터넷 게임을 좋아했던 B씨와 C씨는 비싼 게임 아이템을 샀다. 차량도 구입했다.

수입은 B씨의 월급밖에 없었지만 나가는 돈은 월 400만원이 넘었다. 처음엔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아 돌려막았다. 카드 한도가 바닥나자 C씨는 시어머니인 B씨 어머니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다. 시어머니 이름을 도용해 휴대전화도 발급받았다. 빚 독촉이 계속되자 시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다. 빚은 1억원으로 불어났다. 갚지 못했다.

C씨는 B씨에게 시어머니 명의도용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내가 당신이 모르는 다른 일로 형사고소를 당하게 생겼으니 도망가자"고 했다. 이들은 2012년 7월 월세로 살던 경기도 부천의 집을 떠났다.

그 사이에 C씨가 시어머니 이름으로 발급받은 휴대전화 요금이 300여만원이나 연체됐다. 휴대전화 대리점 업주는 명의자인 B씨의 어머니를 고소했다.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를 찾아갔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어머니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며느리가 가명을 사용했다는 것도 알게됐다. 며느리의 진짜 이름을 몰라 고소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B씨는 이렇게 수배자가 됐다.

도망친 B씨와 C씨가 A양을 데리고 찾은 곳은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한 펜션이었다. 처음엔 여행을 온 것처럼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2012년 9월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매달 월세를 내는 '달방'을 얻었다.

이즈음 인터넷 게임으로 알게 된 D씨(36·여)가 합류했다. 그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성에게 거액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도망 다니던 신세였다. D씨가 생활비를 일부 보태긴 했지만 이들의 생활은 여전히 어려웠다. 이즈음 C씨는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B씨와 C씨의 A양 학대는 초반만 해도 집 밖으로 못 나가도록 막는 정도였다. A양이 밖에 나가서 할머니와 연락이라도 하면 소재가 알려질 우려가 있어서였다. 그래서 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C씨와 D씨가 밤에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면 할 일이 없었던 B씨는 인터넷 게임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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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대한 불만, 생활고에 지친 C씨는 A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듯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A양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며 3~4학년 수학문제를 냈다. 풀지 못하면 뺨을 때렸다. 나중엔 구두 주걱으로 손과 발을 때렸다. 틀린 문제 개수대로 때리면서 A양은 20대 이상을 맞은 적도 있었다.

처음 B씨는 딸을 때리는 C씨를 말렸다. 이는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부부 갈등이 계속되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B씨도 A양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말리던 D씨도 언제부턴가 학대에 가담했다. 이들의 폭행은 2013년 7월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로 이사를 오면서 극에 달했다. "아무 이유없이 A가 싫고 미웠다"고 진술할 정도다.

인천지검 형사3부(박승환 부장검사)는 최근 B씨와 C·D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B씨에 대한 친권상실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생활고와 주거불안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A양을 학대하는 방식으로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아내라고 생각한 C씨와 혼인신고도 되지 않은데다 9년 동안 가명을 썼고 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말 등에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심리 치료 등을 받고 있는 A양은 많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친어머니와는 아직도 연락이 닿지않고 있다.

A양의 후견인으로 지정된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A양이 완치되는 대로 위탁가정을 위임해 A양을 돌보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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