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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제1야당’처음 떠난 권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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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 전 고문은 “분열을 막아보려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제게 없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12일 오전 10시37분 서울 동작동 현충원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묘역. 권노갑(86)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고개를 숙여 참배했다. 30분 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민주 탈당 기자회견을 하곤 이곳을 찾았다.

‘동교동계 좌장’더민주 탈당
“정권교체 믿음 못 주는 정당은
더 이상 희망 없다는 확신 들어”
문재인 “탈당 움직임 무척 아프다”


 앞서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권 전 고문은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런 뒤 “60여 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목소리엔 망설임이 없었다.

권 전 고문은 1961년 DJ의 강원도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줄곧 ‘민주당’을 지켰다. 그런 그가 탈당하면서 사실상 동교동계 전체가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권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 방식과 배타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며 “분열을 막아 보려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제게 없다”고 말했다.

그간 권 전 고문은 문재인 대표에게 선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청해 왔다. 그는 사전 배포한 원고에선 ‘친노 패권’이란 표현도 넣었으나 실제 회견에선 읽지 않았다.

 권 전 고문은 “미워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회견장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과 이훈평 전 의원이 배석했다. 최 의원은 권 전 고문의 회견 직후 탈당을 선언하고 안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 최 의원은 권 전 고문의 탈당에 대해 “야당에 55년을 계신 분인데, 욕도 많이 먹고 그러셨지만 가슴이 아플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DJ 묘역에 모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문 대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이훈평·김옥두·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80여 명의 행선지는 국민의당이다. 이 전 의원은 “오늘 권 고문의 탈당으로 제1야당 60년사의 정체성과 정통성은 안철수 신당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최원식 의원의 탈당은 더민주에서 12번째다. 국민의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의원은 수도권 6명, 호남 6명이다. 주승용(전남 여수을)·장병완(광주 남) 의원도 13일 탈당하고, 정대철 상임고문 등 구민주계 인사들은 14일, 박지원(목포)·김영록(해남-완도-진도)·박혜자(광주 서갑) 의원 등은 다음주 탈당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이날 “우리 당에서 일어나는 탈당 움직임들이 무척 아프다”며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권 고문이 분열의 길을 선택한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60년 정통야당을 지키고 바로 세우기 위해 좀 더 애를 써주실 수는 없었는지 실로 아쉽고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글=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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