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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핵 문제, 안보리 문안 협상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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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전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북한 핵실험 후 일주일간 각국의 분위기를 보면서 일말의 우려를 갖게 된다.

 주지하듯 당면 과제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이고 관건은 중·러의 협조다. 이 작업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막 시작됐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 직후 미국에서 중국 비판이 나왔고, 중국이 반발해 날 선 공방이 일었다. 촉발은 미국 고위 당국자가 했지만 한국에서도 중국 비난 여론이 번지고 있다. 한국 사회 특성상 여론이 정책을 몰아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진전은 비생산적일 수 있다. 왜 그런가.

 그간 중·러의 행보를 옹호할 뜻도 이유도 없지만 중·러의 대북정책 배경에는 나름의 전략적 고려라는 엄혹한 현실이 있다. 우리로서는 호불호를 떠나 현실주의로 대처해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은 근래 미국과 경쟁 대립하면서 북한을 더 복잡한 셈법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도 크림 사태 이후 미국과 대립이라는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보고 있다. 양국 모두 과거 제국 시절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와중에 있어서 외부의 비판에 민감하고 과오를 인정할 여유가 없는 심리에 잡혀 있다. 남을 가르치려 할지언정 가르침 받기는 싫어한다. 자존심의 문제에 과도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한편 중국은 점차 책임 있는 행위자를 지향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설립자로서 비확산 책임을 중시하고 있다. 모두 북한의 도발에 대해 피로감도 드러내고 있다.

 이렇다면 우리의 대처는 미·중 경쟁이나 미·러 대립의 주술이 북핵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고 중·러의 심리에 유의하면서, 북핵의 문제점과 국제적 책임을 설득해 양국이 기존의 전략적 관점을 새롭게 진화시켜 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중국을 공개 비판하고 한국 여론이 호응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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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적 비판은 중·러의 특성상 역효과의 소지가 크다. 지금 물은 좀 엎질러졌으나 늦은 것은 아니다. 상호 비난으로 안보리 논의가 길어질 수 있으니 우리가 나서서라도 비난 게임이 중단되도록 미·중과 협의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과 함께 중·러의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는 막후 조용한 외교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중·러가 북한의 도발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다자 컨센서스에 편승’토록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중·러를 우리 쪽으로 견인하는 현실적 접근이다. 3차 핵실험 때 안보리에서 유사한 상황이 생겼었다. 그때 북한은 중국이 비굴하게 미국을 추종했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이번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하루빨리 비난 게임은 말리고 여론에는 냉정한 가운데 진지한 안보리 문안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 이와 관련된 유의점은 양자적·소다자적 행보의 강도와 속도다. 물론 핵실험이라는 안보 위기를 맞아 억지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가 안보리에서 중·러의 협조를 압박하는 정도를 넘어서 협조 거부를 야기할 수준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중·러는 이미 비난 게임 때문인지 한·미의 전략자산 전개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보리 논의의 와중에 중·러가 양비론을 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리 조치와 안보리 밖의 양자 조치는 기본적으로 길항관계에 있고, 중·러는 미국의 군사 전략에 민감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은 안보리에 집중해 목표의 상당 부분 달성을 시도하고, 추후 미진한 부분을 양자와 소다자 조치로 메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양자 조치가 안보리 협의를 저해하지 않도록 강도와 수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기하고 싶은 것은 제재 압박을 추구하면서도 협상 재개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재 압박은 수단이며 이를 통해 비핵화의 본질적 진전을 기할 진정한 협상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보리를 포함한 우리의 제재 압박 노력은 협상을 겨냥해 추진돼야 한다.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러를 좀 더 우리 쪽으로 견인해내거나, 도발이 미칠 악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공감하도록 해 5자 공조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면 이는 향후 협상에서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중·러와의 협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많은 사람이 북핵과 이란 핵을 비교하면서 이란 핵 협상 결과를 선망한다. 이란 핵 협상은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한편이 되어 공조하면서 이란과 협상한 결과물이다. 이에 비하면 북핵 협상의 5자 공조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5자 공조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는 역설 또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도발을 역이용해 새 구도를 짤 만큼 역량을 발휘하느냐일 것이다.

 4차 핵실험이 중·러와 한·미·일 간 감정의 골을 깊게 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면 이는 북한에 윈-윈을 안기는 우가 될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중·러라는 현실을 냉엄하게 인식하는 기초 위에서 도발까지 역이용하는 스마트하고 리얼리스트적인 접근이 긴요하다는 것이 핵실험 후 한 주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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