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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구, 고양이 간식, 고양이 풀장 … ‘냥이’님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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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고양이에 빠진 사람들 늘어난다

광고계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3B의 법칙’이 있다. Baby(아기)·Beauty(미녀)· Beast(동물)가 나오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TV에서도 통한다. 최근 방송가에선 육아에 집중됐던 관심이 동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동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고양이다. 스타들이 주인 대신 동물을 잠시 맡아 키우는 JTBC ‘마리와 나’는 강호동이 고양이와의 소통을 보여주며 인기몰이 중이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고양이 용품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고양이 풀장부터, 고양이 털을 제거해주는 장갑, 고양이 전용 가구까지 용품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운 경기도 고양시 페이스북은 ‘좋아요’ 12만 명을 훌쩍 넘기며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대체 왜 고양이에 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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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면서 인기
실내서도 잘 지내고 주인 의존도 낮아
공간·시간 부족한 20~30대 반려동물로
방송·SNS·웹툰 캐릭터로도 뜨거운 반응


현대인의 힐링 친구
항상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에 위로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사는 친구 같아”
가끔 먼저 다가와 체온을 나누는 감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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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두 마리의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는 직장인 권미혜(28·이태원동)씨는 우연히 고양이 카페에 들렀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고양이를 기르게 됐다. 권씨는 “고양이 애교는 강아지와 다르다. 강아지는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지만 고양이는 아닌 척하면서 좋아하는 게 보여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외모도 매력 요소라고 한다. 권씨는 “고양이의 눈과 발, 촉감, 안겨있을 때 자루처럼 처지는 느낌이 좋다. 고양이는 마치 사람을 홀리려고 나타난 동물 같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표현했다. 권씨처럼 20~30대 사이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리온동물병원 청담점 이미경 원장은 “한국도 일본처럼 마당이 없는 도시가옥이 많고 소규모 가족이 늘어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 사료 판매와 동물병원 내원 수를 고려해보면 10년 전부터 고양이 숫자가 차츰 늘어나다 최근 2~3년 사이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에 따르면 2015년 12월 6일~2016년 1월 5일까지 고양이 간식과 영양제는 전년 동기 대비 65%, 고양이 장난감은 59% 상승했다. 11번가 박현진 반려동물용품 구매담당(MD)은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은 1인 가구에게 적합한 반려동물로 고양이의 인기가 높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양이 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엔 30대 직장인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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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회사 에넥스는 지난해 11월 고양이 전용가구인 ‘캣토’를 출시하기도 했다. 캣토는 고양이 화장실 가구로 삼나무 원목으로 만들어 환경호르몬 방출이 없고 유리문을 사용해 고양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온라인에선 고양이 캐릭터가 인기다. 고양시 페이스북은 2012년 11월부터 ‘고양고양이’라는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고양시의 고양이 캐릭터를 처음 제안한 고양시청 SNS홍보팀 최서영씨는 “기존엔 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방법으로 홍보했더니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고양이 캐릭터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자 다른 커뮤니티에서 고양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하루 아침에 팔로워와 호응도가 기존 1년치 실적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해 홍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 페이스북 ‘좋아요’ 수는 12만7000여 명(1월 11일 기준)으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상상고양이·열아홉스물하나·펫다이어리·뽀쨔툰·내어린고양이와늙은개·묘생인생 등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도 매번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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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른다. 집사는 주인 가까이 있으면서 그 집 일을 맡아보는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돌보지만 고양이가 주인이 되고 사람이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집사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고양이의 까다롭고 도도한 기질과 성격을 파악해 맞추는 행동이 집사 업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호칭이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이미경 원장은 “고양이는 개보다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짖지 않아 공동 주택에서 이웃 주민과의 갈등 요소가 적다. 이는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과 공간, 사육을 위한 노력을 덜 해도 된다는 뜻으로 매력적인 반려동물의 요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윤소윤(37·공덕동)씨는 6년 전 남편이 지방 근무를 시작하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고양이를 입양했다. 윤씨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건 고양이의 독립성이다. 그는 “개는 내가 산책도 시키고 돌봐줘야 하는데 고양이는 독립성이 강하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아서 고양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긴데 고양이는 독립적이어서 걱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윤씨 부부는 이후 두 마리를 더 입양해 현재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윤씨는 “고양이는 내가 돌봐야 하는 아기보다는 함께 사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는 요즘도 3일 정도는 고양이들만 집에 두고 여행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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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 ‘열아홉스물하나’의 김혜진(36) 작가는 6년 전 새끼 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됐다. 처음엔 고양이를 훈련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양이와 소통하면서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내가 컨트롤 하려고 하면 더 사납게 군다. 그래서 어느 순간 마음을 바꿔 고양이가 물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가 놀랄 만한 행동을 조심하니 고양이도 달라졌다. 고양이를 ‘길들이겠다’가 아니라 ‘서로 맞춰간다, 같이 산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물지 않는다”며 웃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친화력이 높은 고양이가 인기다. 이미경 원장은 “과거엔 페르시아, 터키쉬앙고라가 많았는데 최근엔 예가 레그돌, 브리티쉬 숏헤어, 메인쿤, 뱅갈같이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품종으로 인기 품종이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가장 많은 품종은 코리안 숏헤어로 불리는 한국 토종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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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한 마리만 기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양이의 넘치는 매력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꼽는 매력은 ‘도도함’이다. 나쁜 남자 또는 나쁜 여자에게 느끼는 매력 같은 거다. 강미숙(35·고양시)씨는 “묵묵히 보고 있다가 자기가 내키면 내 무릎에 한 번 ‘앉아주시거나’, 그릉그릉해 주고 손을 핥아주면 정말 감동받는다.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김혜진 작가도 “평소엔 곁을 안 주는 고양이가 가끔 내 무릎에 올라와 애교를 피우면 그게 굉장히 은혜롭다. 내 팔이 저려도 치울 수 없다. 만약 내가 먼저 고양이를 안으면 그 보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고양이와의 삶이 그렇다”고 했다.

혼자 있는 고양이가 외로울까 걱정해 한 마리를 더 입양하는 사람도 많다. 윤소윤씨는 한 마리만 있으니 외로워 보여 한 마리를 더 입양하러 가게에 갔다가 6개월 된 수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려와 모두 세 마리가 됐다. 윤씨는 “세 마리가 각각 개성이 있어 마치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사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김혜진 작가도 마찬가지다. 김 작가는 “2년 정도 고양이와 함께 살았는데 고양이가 사람하고만 지내 심심해 하는 것 같아 동생을 입양했다. 누구도 데려가지 않을 듯한 고양이를 찾다가 1년 된 고양이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9년 전 두 마리 고양이를 입양한 이수진(36·구로동)씨는 “두 마리가 함께 있으니 서로 의지하고 덜 심심해한다. 낯선 사람이 오면 둘이 꼭 붙어있는다”고 전했다.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사람들도 있다. 권미혜씨도 처음엔 한 마리만 키웠는데 우연히 길을 가다 빵 동냥하는 고양이를 보고 집으로 데려와 이제는 두 마리를 키운다. 권씨는 “길고양이는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고 싶었는데 분양이 번번이 무산되는 걸 보고 나한테 올 운명이다 생각해 받아들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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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길에서 사는 고양이)를 돌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 ‘열아홉스물하나’에서 주인공 윤이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작품 속 윤이는 고양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들은 언제나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보잖아요.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고양이가 존재 자체만으로 ‘힐링’을 선물한다는 이도 있다. 강미숙씨는 “집 가까이 갈수록 고양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콧노래를 부르게 된다. 회사에서 잔뜩 스트레스 받고 와도 고양이를 쓰다듬고 장남감으로 놀아주다 보면 다 잊혀진다”고 말했다. 이수진씨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집에서 우는 날이 많았는데 고양이가 옆에 가만히 앉아 체온을 나눠준다. 그럴 때면 누군가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고양이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이도 있다. 네이버웹툰팀 신수경 팀장은 “한없이 늘어지고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힐링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립심이 강하지만 특유의 애교도 있다. 석 달 전 고양이를 입양한 직장인 주세영(32·방배동)씨는 “보통 고양이들은 분리불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반겨준다. 강아지처럼 격하게 반응하진 않지만 한동안 졸졸 쫓아다닌다거나 얼굴을 들이대는 등 반가워한다는 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 특유의 말랑말랑한 느낌을 특별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주씨는 “고양이를 만지면 특유의 말랑말랑한 느낌 때문에 계속 손이 간다”고 했다. 기분이 좋을 때 고양이가 안마하듯 사람을 눌러주는 ‘꾹꾹이’나 그릉그릉 소리 내며 노래 부르는 듯한 애교는 고양이만의 필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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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머리가 개보다 좋다는 말도 있고, 반대로 개의 머리가 고양이보다 좋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각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고양이의 또 다른 매력으로 영리함을 꼽는다. 배변 훈련을 하지 않아도 화장실을 가릴 줄 안다. 2년 전 지인 가게에 길고양이가 낳고 간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는 강미숙씨는 “신기하게도 집에 오자마자 고양이 화장실(모래)에 볼일을 봤다. 이후에도 화장실만 있으면 알아서 볼일을 보고 정리한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털이나 오물을 핥아 정리하는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 권미혜씨는 “강아지처럼 산책을 시키지 않아도 되고 깔끔해서 자주 목욕시키지 않아도 돼 편하다. 두서너 달에 한 번 정도씩 씻긴다”고 말했다.

조심성도 많다.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은 건드리지 않고 피한다. 강씨는 “먹을 때도 아무거나 먹지 않고 가려 먹는다”고 했다. 점프력이 좋고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방 능력이 있어 닫힌 문을 열거나 서랍을 열 줄 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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