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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20년째 노인 미용 봉사하는 김정순씨

할머니 할아버지 미소를 보면 그만둘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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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할머니, 머리 자르니까 시원하네~.”

 지난 5일 오전 11시 강남구 역삼동 역삼재가노인복지센타에서는 사각사각 가위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줄지어 앉은 백발의 노인들 사이에 명랑한 목소리로 “할머니, 머리숱 많네요” “교수님, 지난달에 머리카락 안 잘랐더니 많이 길었네”라며 노인들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김정순(63)씨가 있었다.

 올해로 20년째. 김씨는 매주 대치동 자택에서 가까운 노인병원과 복지관을 돌며 치매·중풍 노인과 장애인의 머리를 다듬어 주는 무료 미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자원봉사를 한 시간은 지금까지 그가 소속된 강남구자원봉사센터에 기록된 것만 5200시간이 넘는다. 그는 매주 2~3일 하루 2시간씩 봉사를 한다. 고정적으로 들르는 곳만 해도 노인병원 3곳과 복지관 5곳이다. 거동이 불편해 밖에 나오지 못하는 노인의 경우 직접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간다.

 “1997년 4월 20일요.” 언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정확한 날짜를 곧바로 말했다. “장애인의 날이었어요. 친구가 그날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자원봉사하러 가자고 하길래 따라나선 게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장애인의 휠체어 밀어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어요.” 98년부터는 그전에 따뒀던 미용사 자격증을 활용해 노인과 장애인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봉사를 시작했다.

 노인들의 덥수룩했던 머리카락이 그의 손을 거치자 5분도 안 돼 말끔하게 정돈됐다. “뒤는 짧게, 앞머리는 길게 해줘”라는 한 할머니의 말에 김씨는 “앞머리는 길게~. 알겠어요”라며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김씨가 머리카락을 다듬은 노인은 40명이 넘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다듬어야 해요. 노인들은 집중력이 금세 떨어지거든요. 머리 자르는 동안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김씨 역시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래서 더 치매 노인들을 챙긴다. 아픈 노인들의 머리를 짧게 자르기 위해 필요한 바리깡 다루는 기술을 배우러 구민회관에서 강의도 들었다. 거기서 함께 미용 기술을 배운 주부들을 설득해 ‘아름드리 봉사팀’이라는 미용 봉사팀도 만들었다.

 “덥수룩하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내 손길 한 번에 깔끔하게 변해요. 그러면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시죠. 그런 모습을 보면 봉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요.”

 그는 노인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면서 스스로도 삶의 활력과 건강을 얻었다고 했다. “남들 다 겪는 갱년기도 전 안 겪었어요. 남을 돕는 건 나 자신을 돕는 것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제 삶에 감사하게 되니까요.”

만난 사람=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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