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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ALK] 엄마 눈엔 천방지축 나쁜 그림책, 아이 마음을 순화한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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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45)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은 한 일간지에 '내가 사랑한 그림책'이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지난해엔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그림책을 읽는 이유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면의 상처를 고치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그가 그림책을 통해 찾은 아이의 마음은 무엇인지 물었다. 


육아는 복잡한게 아냐 자녀를 인정하는 것
그림책 속 주인공 통해 대리만족하며 성장
잔소리보다 본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줘야



- 그림책에 왜 관심을 갖게 됐나.

"병원 개업 초창기에 아이의 심리에 대한 이론적 공부는 했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현장 경험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대형 서점의 아동 도서 코너에 가서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서너 시간씩 관찰했다.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그림을 보여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체크한 거다. 많은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을 사와서 진료할 때 사용해봤더니 소통에 도움이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란 어떤 건가.

"그림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엄마를 위한 책이고, 다른 한 가지는 아이를 위한 책이다. 사실 많은 그림책이 전자에 속한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런 책에는 아이를 늘 혼내고 야단치는 엄마가 등장하고, 마지막 장에는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아이들은 이런 책에 관심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주는 책을 재미있어 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말로는 표현 못해도 감정은 다 갖고 있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나의 감정을 대신 얘기해주면 책 속에 완전히 빠져든다.”

-부모가 아닌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르는 요령이 있다면.

"아이에게 뭘 가르칠까를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어떻게 느낄까를 기준으로 책을 고르면 된다. 아이는 모든 면에서 미숙하기 때문에 욕망도, 정서도 날것 그대로다. 동생이 밉고, 친구에겐 질투가 난다. 엄마가 없으면 두렵고, 한 번쯤 힘이 세져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다. 아이의 날것 그대로의 정서가 자신과 비슷한 그림책 속 주인공을 통해 대신 표출될 때 아이가 느끼는 대리만족은 엄청난 것이다. 이런 만족을 통해 정서가 순화되고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어른의 눈에는 이런 제멋대로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책은 ‘나쁜 내용’으로 보인다. 착한 주인공의 착한 행동이 이어지는 교훈적인 책만 권해주는 거다. 책 선택의 기준을 바꿔 아이의 관점에서 고르면 된다.”

-‘육아 멘토’로 명성이 높다. 좋은 부모 되는 법을 알려달라.

"육아는 복잡한 게 아니다. 아이를 인정해주고, 아이가 본받을 만한 좋은 행동을 하면 된다. 좋은 부모의 조건도 딱 두 가지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는 거다.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부모를 모방하며 성장한다. 아이가 모방하고 따라하는 건 부모의 말이 아니라 태도와 정서다. 부모가 ‘긍정적인 사람이 돼라’고 강조하면서 ‘넌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 그러면 나중에 아무 것도 못한다’고 타박하면, 아이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는커녕 ‘나는 부정적이라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구나’라는 불안과 조급함을 학습하게 된다. 잔소리보다 부모 스스로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안정된 정서를 견지하면 아이는 저절로 이를 닮아간다.”

-많은 이들이 ‘문제아에겐 문제 부모가 있다’ 또는 ‘아이의 성적은 엄마의 노력에 달렸다’는 얘기를 한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정말 자녀의 삶을 결정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경우, 아이의 문제는 그저 아이의 문제다. 또한 똑똑한 아이는 아이가 똑똑하게 타고난 것일 뿐이다. 아이의 성향과 자질은 아이의 것이다.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영재가 될 수 있다는 지나친 환상도, 아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과도한 죄책감도 올바른 양육 태도가 아니다. 부모는 자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뿐 아니라 교사나 친구, 사회와 부단히 상호작용을 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완성해나간다. 부모가 조물주처럼 자녀의 모든 것을 빚어낸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부모가 반드시 지켜야 할 육아의 원칙이 있다면.

"육아는 방법론이 아니라 철학이다. 육아 서적 역시 실용서가 아니라 철학책이다. 한 번에 많이 읽는 것도, 여러 권 읽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에 두세 장 정도만 읽고 자신의 인생 경험, 내 아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가져라. 아무리 좋은 육아 방법과 지식도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육아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는 어떤 육아 공식을 대입해서 풀어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성장함으로써 비로소 해결된다. 육아의 비법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방향성을 찾기 위해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나의 육아철학과 방향성을 정립하려는 고민 없이 남의 방법과 조언을 무조건 따라하는 건 어리석다.”


서천석 전문의가 추천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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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모든 아이는 괴물을 좋아한다. 공룡에 열광하고 악당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멋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는 아이 내면의 강렬한 에너지가 괴물에 투영된 것이다. 동화에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괴물 나라의 왕이 된 주인공이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담겼다. 아이들은 괴물의 시기를 거쳐야 진정한 순화와 성장에 다다른다는 정신분석학 이론의 핵심이 담겨 있는 빛나는 고전이다.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 비룡소

현대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빠는 식탁에서 신문을 읽느라 딸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일만 하고 주말에는 피곤해한다. 아이는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를 보고 싶지만 아빠는 “다음에”라고 말할 뿐이다. 아이 꿈속에 고릴라가 등장해 소원을 들어준다.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고,어른에게는 ‘정작 아이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순간이 있었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에드와르도
존 버닝햄, 비룡소

주인공 에드와르도는 방을 어지럽히고 떠들며 동생과 강아지를 괴롭힌다. 다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에드와르도가 무심결에 한 행동 때문에 우연찮게 칭찬을 받는 일이 반복된다. 에드와르도는 점점 칭찬받을 일을 찾아서 하게 된다. 어느 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가 되어 버렸다. 아이의 변화와 성장은 꾸지람이 아닌 칭찬과 인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깨달음을 준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창비

무서워서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던 주인공이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하는 고양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얘기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정신분석학의 전문적인 내용이 완벽하게 담겼다. 자신을 따라 하는 고양이는 아이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존재다. 아이는 인정받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식한다. 나중에는 아이가 고양이의 행동을 따라 한다. 자신을 인정해준 존재를 닮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이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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