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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가 마트가서 주꾸미 구입한 사연…뇌 투명화 기술 30배 빠르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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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쥐의 뇌(왼쪽)와 투명화 과정을 거친 실험쥐의 뇌(오른쪽). 투명화 이후에는 배경이 그대로 비친다.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고려대 의대 선웅 교수와 박사 과정 학생들이 수산물 코너 앞에서 신중하게 주꾸미를 골랐다.

선웅 교수 연구팀은 이렇게 구입한 주꾸미를 실험실로 가져와 손질해 뇌를 꺼냈다. 연체동물의 뇌를 구하기 힘들어 마트에 들러 직접 시료 채취에 나선 것이었다. 선 교수는 주꾸미의 뇌를 꺼내 투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연체동물의 뇌를 투명하게 만든 한국 최초 연구팀이 탄생했다.

고려대 선웅 교수 연구팀은 생체조직 투명화 및 면역염색 고속화 기술 ‘액트-프레스토(ACT-PRESTO)’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이날 게재됐다.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을 처음 들어본 이들이 많겠지만 이 기술은 한국과 관련이 깊다. ‘클래러티(CLARITY)’라 불리는 생체조직 투명화는 2013년 재미 한국인 과학자 정광훈 박사(현 MIT 교수)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정 박사는 실험쥐의 뇌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지방을 빼고 투명한 묵과 같은 하이드로겔(hydrogel)을 집어넣어 신경세포를 그대로 두고 뇌 안쪽이 보이도록 한 것이다.

선 교수 연구팀은 투명화 기술을 발전시켰다. 기존 대비 30배 빠르게 투명화가 진행되도록 기술을 진보시켰다. 기존 기술로는 실험쥐의 뇌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2~4주가 걸렸지만 새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면 6시간이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빠른 속도 덕분에 실험쥐의 뇌조직에 그치지 않고 중ㆍ대형 동물의 뇌와 장기 등에도 투명화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투명화 작업 이후 항체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문제도 풀었다. 생체 조직을 염색하면서 일정 수준의 압력을 조직에 가하면 조직 깊숙이 항체가 전달됨을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존 대비 5배 더 깊이 면역염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뇌지도 작성 및 뇌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1조원 이상을 들여 천 만개 이상의 뇌세포를 연결하는 뇌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뇌지도가 완성되면 장기 기억의 비밀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뇌와 관련된 수수께끼 상당수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뇌를 투명하게 만들면 신경 세포 위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 뇌지도 작성에 큰 도움이 된다. 선웅 교수는 “이번 연구로 뇌지도 작성에 있어 핵심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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