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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강자에게만 사과하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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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이 절판 70년 만에 지난 8일 독일에서 재출간됐다. 이 책은 1925년 36세의 히틀러가 뮌헨 폭동으로 투옥됐던 당시 나치즘의 사상적 토대를 정리한 자서전이다. 나치 패망 후 판권을 얻은 독일 바이에른주가 계속 출판하지 않아 사실상 금서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로 70년 저작권이 풀리자 독일 연구소가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극우인종주의를 막으려면 나치즘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재출간한 것이다.

 그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의 투쟁』 출간 금지는 뉘우칠 줄 아는 독일 양심의 상징처럼 묘사돼 왔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과는 달리 독일은 나치즘이라면 아예 접촉조차 못하게 이 책을 금지했다는 식의 논리였다. 한데 이 악명 높은 책이 나오게 되자 세계 언론에선 “나치즘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한 조치”라는 식으로 재출간 역시 미화하고 있다. 판금을 해도, 판금을 풀어도 독일은 늘 모범적 나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숨겨진 역사를 한 자락만 들춰 보라. 독일의 추악한 얼굴이 낱낱이 드러난다. 1904년 독일은 식민지인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땅을 뺏기 위해 헤레로·나마족을 무참히 살해한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얘기도 있다. 20세기 최초의 인종 학살이었다. 헤레로족 8만 명 중 6만5000명, 나마족 2만 명의 절반인 1만 명이 숨졌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은 생존자 2000여 명을 강제수용소에 처넣고는 생체실험까지 했다. 이후 독일은 시체를 본국으로 가져가 연구용으로 쓰다 2011년에야 20개의 유골을 본국에 돌려줬다.

 독일인은 너무나 순진한 탓에 히틀러라는 미치광이에게 속아 악행을 저지른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독일인은 히틀러 등장 전부터 악마의 생체실험를 했던 거다.

 그런데도 독일은 거듭되는 나미비아 정부의 사과 요구에도 100년이 지난 2004년에야 학살 사실을 인정한다. 그것도 총리가 아닌 경제개발장관이 연설을 통해 한마디 한 게 전부다. 하지만 경제적 배상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일본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착한 독일’이란 허상을 세워 놓고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또 하나. 그럼 독일은 왜 유대인에게만 고개를 숙이나. 전문가들의 답은 이렇다. “미국 내 유대인의 영향력은 강하고 나미비아인은 약하니까.” 슬프게도 그게 국제사회고 그게 ‘불편한 진실’이다. 제대로 일본으로부터 사과받으려면 우리부터 강해져야 한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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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