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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신은 100점 입니다” 슈틸리케의 깜짝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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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낸 편지. 편지 전문은 www.joongang.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e메일을 통해 뜻밖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A4용지 두 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의 발신자는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중앙일보는 국가대표 선수를 통해 10일 이 편지를 단독 입수했다. 지난해 12월 직접 편지를 쓴 슈틸리케 감독은 통역에게 한글로 변역시킨 뒤 국내는 물론 영국과 독일 등 전 세계 각국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 전원에게 e메일로 전송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쓴 편지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이 편지는 2015년 단 한 번이라도 태극마크를 단 54명 선수 모두에게 보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대표팀 마지막 경기인 라오스전에 함께 했던 선수들에게만 현장에서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서신을 통해 2015년 우리 대표팀의 특별하고 값진 성과에 기여한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고 운을 뗐다.

 ‘슈틸리케 호(號)’는 지난해 11월17일 라오스를 5-0으로 완파하고 2015년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4년 10월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는 지난해 총 20경기에 나서 16승3무1패(승률 80%)를 기록했다.

 ‘갓틸리케(신+슈틸리케)’란 별명까지 얻은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20경기에서 44득점에 4실점을 기록했고, 그 중 17경기는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아시안컵 결승 진출과 동아시아컵 우승입니다. 또 월드컵 2차예선에서 6전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의 실력, 노력, 헌신적인 모습 덕분에 가능했습니다”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선수들에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게 더욱 더 신중해져야합니다. 한 순간의 잘못으로 우리의 성과에 흠이 가면 안됩니다. 저는 실수는 얼마든지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어도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잘못은 용인할 수 없습니다. 팀을 보호하고 우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해야될 것입니다” 라고 당부했다.

 대표팀은 올해 3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은 2경기를 치르고, 9월부터는 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6년은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팀들을 더 많이 상대하게 될 것이고, 팬과 미디어의 기대치는 높아졌습니다”라면서 “과거는 잊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입니다. 목표를 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소신과 계획대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대한민국 감독직을 수락하고 나서 성적을 제외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대표팀을 위해 뛰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또 하나는 우리가 열정적인 경기를 선보이면서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축구를 하고 싶었습니다”라면서 “1년이 지난 현재, 선수 여러분들이 충분히 제 목표를 달성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2월1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팬들이 원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축구였다.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귀국한 뒤 축구팬들로부터 꽃 대신 엿세례를 받았지만 아시안컵에선 끝까지 선전을 펼친 덕분에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54명 선수를 소집했고, 그 중 45명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부는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고, 출전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선수들도 대표팀에 합류해 크게 자랑스러워했을 것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준 결과 좋은 기록들이 나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만해도 축구대표팀에서 주전이 아닌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젖어있었다. 이미 굳어진 베스트11의 훈련 파트너 역할만 하다가 정작 경기에서는 벤치에 앉아있다가 돌아가는 게 다반사였다. 이에 비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주전·비주전 또는 A·B·C급으로 나누지 않고 똑같이 대우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유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치하하면서 이렇게 편지를 마무리했다.

 “여러분들은 감독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훌륭한 인성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분들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을 기약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슈틸리케 감독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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