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혜 정치부문 기자
[현장에서]
윤 장관 ‘대가·결의’ 발언 소개 않고
왕이가 말한 대화 해결 등 4문장뿐
중국 아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한국, 그간 쌓은 외교자산 활용을
중국 외교부도 9일 한·중 외교장관의 통화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런데 분량은 한국 발표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내용도 달랐다.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과 함께 왕 부장의 발언만 담은 4문장이 전부였다. 윤 장관이 했다는 “상응하는 대가” “강력한 결의” 등은 단 한 줄도 소개하지 않았다. 또 한국 측이 “양국은 안보리 협의 과정에서 각급에서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도 조만간 개최될 예정”이라고 발표한 내용이 쏙 빠졌다. 통화를 70분 했다는 설명도 없었다.

윤병세 외교장관(左), 왕이 중국 외교부장(右)
이처럼 양국 외교부가 같이 통화하고도 발표를 다르게 한 건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대응에 대한 온도 차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국이 더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추가로 소개하는 경우는 있지만, 양국 간에 논의를 해놓고선 한쪽 발언만 소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 북한 4차 핵실험이라는 중대한 국면에서 왜 한·중의 발표는 달라야 했을까. 외교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왕 부장은 윤 장관에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강한 결의가 나오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고 한다.
문제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말은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외교장관 간 통화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왕 부장은 어떤 확답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중 정상이 통화한 전례가 없는데도 이번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한마디 나누지 못한 걸 의아하게 보는 국민이 많은 건 정부가 한·중 관계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를 높여놨기 때문이다. ‘최상의 한·중 관계’를 박근혜 정부의 외교 성과로 강조했던 정부는 이제 그 외교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유지혜 정치부문 기자 wisep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