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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항의 방문 받고 '합작로펌' 법안 상정 미룬 이상민

국내에 합작 법무법인을 설립할 때 외국 로펌의 지분율·의결권을 49%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인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 절차가 4개 관련 당사국의 반발로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법률시장 개방 3단계 법안 진통
외국 로펌 지분율 49% 제한
4개국 외교사절 “FTA 취지 위반”
일각서 ‘국회가 압력에 굴복’ 지적
이 위원장 “논의 더 해보자는 뜻”

특히 이 과정에서 당사국들이 “통상·외교 마찰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가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법률시장 개방 3단계 이행을 위해 만든 법안이다.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통과됐고 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이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원들에게 “외국과의 분쟁 유발이 명백하고 FTA 상대국과의 오해 불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후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안건에서 제외했다.

전날 개정안이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한 후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찰스 존 헤이 주한영국대사, 라비 크왈람 주한호주부대사, 파올로 카리디 주한유럽연합(EU)대표부 통상과장 등 4명이 찾아와 항의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법사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리퍼트 대사 등 4개국 외교관들은 ‘외국 로펌의 지분율·의결권 49% 이하 제한 규정’을 주로 문제 삼았다. 이들은 “한국 로펌들의 이익만 보호하려는 반칙 안이며 FTA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기 결정에 대해 “이들이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 통상·외교 마찰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며 “이에 따라 국회 논의를 더 진행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사위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과 이한성 법안1소위 위원장, 임내현(무소속) 의원 등은 “통상 마찰 가능성 여부는 소위에서 고심했던 부분”이라며 “대사들이 이의를 제기한다고 상정도 안 하는 건 주권 국가 국회로서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FTA 협정문에 합작법인의 제한 조건 등을 한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같은 근거에 따라 지분율 제한을 포함한 정부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김철수 국제법무과장은 “우리가 모범으로 삼은 건 싱가포르의 케이스”라며 “싱가포르는 2000년, 2008년, 2012년 세 번에 걸쳐 순차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하면서 지분율 제한 조치 등을 통해 개방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법 교수들로부터도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FTA 협정문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합작 법무법인에의 참여 자격 기준이다. 개정안은 국내외 합작 참여자는 설립 후 3년 이상 운영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4개국 외교관들은 “3년 규정을 더 줄이거나 없애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4개국 외교관들이 적극 나선 건 법률시장 3차 개방으로 합작 법인 설립의 문호가 더 넓어지면 작정하고 한국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EU FTA에 따라 EU 로펌들은 올해 7월 1일부터 국내 로펌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국내외 변호사를 고용하고 국내법 사무도 볼 수 있게 된다.

문병주·서복현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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