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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의 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은은한 허브향, 쿰쿰한 액젓 맛 … 한식 묘하게 닮은 크메르 음식, 전·잡채와 곁들이니 환상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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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나눠줄 제육 불고기와 계란말이를 준비하는 모습.


지난해 1월 5일 나는 캄보디아의 고도(古都) 시엠레아프에 있었다. 한 달 뒤 열리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회의 준비를 위한 답사길이었다. 2002년 처음 갔던 시엠레아프는 찬란한 문화유적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관광자산으로 넘치는 도시였지만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기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13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오토바이에 수레를 달아 택시 대용으로 쓰는 ‘툭툭’이 시내 곳곳에 즐비했고, 기사들은 어지간한 영어로 소통 가능한 수준이었다. 예전엔 통역 없이 음식 주문도 힘들었는데 이젠 유창한 영어로 서비스를 했다.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은 앙코르와트·앙코르툼 등 유적을 보러 온 관광객들 아니겠는가. 세계 관광 이슈를 다루는 회의에 더없이 적합한 도시로 보였다.

 한국은 이번에 캄보디아 관방부와 ‘아시아 문화 공동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문화·예술 교류 협력을 하기로 됐다. 행사 당일 오찬은 김종덕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주재로 열려 훈센 캄보디아 총리, 탈레브 리파이 UNWTO 사무총장 및 각국 문화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들 100인의 VIP 오찬과 별도로 행사 참여 인사들을 위한 700인의 가든 오찬도 일정에 잡혀 있었다.

 행사가 열린 르메리디앙호텔은 프랑스 호텔 체인 그룹으로 총주방장도 프랑스인이었다. 내가 생각한 콘셉트는 한국·캄보디아 양국 식문화의 공통점을 찾아 메뉴를 꾸리는 것. 프랑스인 총주방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캄보디아 음식을 크메르 음식이라고 부른다고 일러줬다. 그의 크메르 음식엔 부드러운 허브향과 액젓 맛이 있어 한식과 접점이 많아 보였다. 첫 코스엔 오이소박이를 심심한 간으로 내고, 무 대신 그들의 파파야를 무쳐서 망고 샐러드에 넣기로 했다. 전·잡채 등도 비슷한 크메르 음식과 조합하기로 했다. 우리 갈비찜과 비슷한 비프 살라만이라는 메인 요리를 낼 때 갈비찜을 곁들인 비빔밥을 같이 구성했더니 주방 셰프들은 맛을 보기도 전에 한식의 색감에 탄성을 질렀다.

 오전엔 로비에서 한식 다과와 한방차를 내기로 했는데 공간 인테리어가 너무도 이국적이었다. 미리 황학동 골동품시장을 뒤져 찾아낸 책가도(冊架圖)를 병풍으로 세우니 백자와 옹기로 만들어진 다과상과 어우러졌다.

 이렇게 다과 200인분, VIP 100인분, 가든 오찬 700인분의 차림이 무사히 끝났다. 사흘간 밤을 새우며 준비한 한국 셰프 10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날 빈민촌 교육단체를 찾아 아이들 500명에게 제육 불고기와 계란말이를 만들어 주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한식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었다. 그간 숱한 한국 봉사자들이 한식을 내었기 때문이란다. 혼자 먹기에도 부족할 점심을 집에 있는 형제에게 나눠 주겠다며 비닐 봉투에 담아 가는 아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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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

 60여 년 전 한국전쟁 이후 우리에게 쌀과 식량을 원조했던 나라 캄보디아. 이젠 많은 한국인이 이곳에서 학교·병원을 세우고 톤레사프 호수 수상(水上)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나라의 빈부에 관계없이 서로 문화를 존중하고 먼저 이룬 것들을 나눠주는 것, 이를 통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엠레아프에서 느꼈다.

한윤주 한식레스토랑 ‘콩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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