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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의 여왕, 루게릭병원에 인세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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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작가는 인세 전부를 루게릭 병원 건립에 기부할 목적으로 자신의 세번째 컬러링북 『세상의 모든 선물』을 출간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살다보면 아주 가끔,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천과 실, 바늘을 이용한 공예 작업을 주로 하던 섬유아티스트 송지혜(31)씨에겐 ‘컬러링북(색칠하기 책)’과의 만남이 그런 선물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후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작업 도안을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 2014년 말, 이 도안들을 컬러링북 그림으로 재구성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나온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과 『시간의 방』 시리즈는 지난해 출판계를 뒤흔든 컬러링북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 약 10만부가 판매됐다. 일본·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특히 북미 지역에는 선(先)인세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받고 수출돼 ‘출판 한류’를 이끄는 대표 콘텐트로 주목받기도 했다.

 “얼떨떨했죠. 처음엔 컬러링북이 뭔지도 몰랐고, 제 스케치에 다른 사람이 색을 입힌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 큰 선물을 혼자만 누리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출간된 송씨의 세번째 컬러링북 『세상의 모든 선물』(앵글북스)은 그래서 아예 기획부터 ‘나눔’을 콘셉트로 잡았다. 부족한 것 없지만 외로운 소녀 주인공이 길고양이 뵈뵈와 함께 선물을 나눠주는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가 스물 다섯장의 감성적인 그림으로 표현됐다. 인세 전액은 루게릭병원 건립을 위해 승일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선물』은 현재까지 약 3000부가 나갔고, 미국·일본·중국 등 7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컬러링북 도안 그리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힘겨운 작업이다. 송 작가의 경우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펜으로 그리기 때문에 한 장면을 만드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매력이 있다. 혼자 완성까지 책임져야 하는 다른 예술작품과는 달리, 컬러링북은 도안 작가와 독자가 함께 완성하는 ‘합작품’이다. “독자들이 색칠해 올린 그림 중에는 제가 상상도 못한 놀라운 색감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경우가 많아요. 제 작업에도 좋은 자극이 되곤 합니다.”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파견근무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냈다는 그는 그림이 주는 위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말이 서툴러 친구 사귀기가 어려웠어요.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연말에는 저소득층 아이들 지원 프로그램인 ‘위스타트’와 함께 경기도 구리마을 아이들과 컬러링 체험 수업을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무료 클래스를 열어 재능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선물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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