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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기업은 진화를 멈추지 않아야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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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논설위원
경제연구소장

삼성 창업자 이병철은 1930년대 정미소와 양조장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먹고 입는 게 절박했던 50년대에는 제일제당·제일모직을 설립해 설탕과 옷감을 생산했다. 70년대에는 석유화학·중장비·가전제품을 만들고 80년대 반도체에 뛰어들었다. 순탄했던 적은 없었다. 새 도전에 나설 때마다 “우리 기술로는 무모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안팎의 반대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 손대는 사업마다 출발이 불안했다. 제일제당이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로 처음 설탕을 뽑자 백설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제일모직이 독일제 기계로 원단을 뽑았을 때도 옷감으로 쓸 수 없는 불량품이 나왔다. 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반도체 성공은 미국·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생각하면 기적이었다. 미래에 새롭게 육성해 나갈 신수종(新樹種) 사업엔 늘 위험이 뒤따른다. 조금만 삐끗하면 기존 사업까지 휘청거린다. 그래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의 기함인 삼성전자는 중국의 후발 주자에 쫓기는 처지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차별화와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이 2010년 신수종으로 선정한 바이오 사업 진출은 생존을 위한 진화의 과정이다. 이 역시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창업 전통 덕분인지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불과 5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인천시 송도에 자리 잡은 제3공장이 2018년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6만L의 생산 능력을 갖춰 1위 로젠과 2위 베링거인겔하임을 제치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1위 기업이 된다. 삼성은 2020년까지 CMO의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인슐린·호르몬·백신·항체·단백질·줄기세포 같은 의약품으로, 고령화와 의학 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이다.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의 2.2배에 달할 만큼 성장성이 크다. 삼성은 바이오로직스에 3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고용 창출 규모는 1500명에 달한다. 성과는 가시적이다. 현재 로슈(스위스)와 BMS(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미국) 등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면서 바이오의약품 CMO의 새로운 강자로 급성장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고 바이오시밀러(복제품) 생산에도 진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끝난 의약품을 복제한 것으로 시장 전망이 밝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제품 브렌시스(관절염 치료제) 시판에 이어 렌플렉시스(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시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바이오 분야에서도 한국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성과에 힘입어 증시 상장도 추진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의 문을 두드리고 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상장이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바이오로직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한미약품의 활약으로 증시에 형성된 바이오 테마에 삼성이 들어오면 더 강한 테마가 형성된다. 이는 기업이 환경 변화에도 핵심 가치만 지키면 어느 분야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업 진화의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 기업은 예외 없이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왔다. 올해로 214년 생존해 온 미국 기업 듀폰의 핵심 가치는 ‘안전과 건강, 인간 존중, 윤리적 행동’이다. 이런 핵심 가치 아래 듀폰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변화를 시도하면 60~70%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100% 죽는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식으로 듀폰은 확고한 핵심 가치 아래 화약산업에서 화학산업을 거쳐 생명과학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현실에 안주해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쇠퇴한 노키아·모토로라·코닥은 걷지 못한 길이다.

삼성이 중국 후발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생존하려면 바이오·스마트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계속 진출해야 한다. 삼성의 핵심 가치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모든 기업이 같은 운명이다. 생존하려면 진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김동호 논설위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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