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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남북 고위당국자 핵 회담을 개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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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새해 벽두 북한이 강행한 4차 핵실험에 온 나라가 경악과 분노에 빠졌다. 지난해 8·25 남북 고위당국자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데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핵에 대한 언급이 빠져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방심했던 탓도 있다. 더욱 분노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 물질과 핵무기 생산 시설이 어떤 제약도 없이 계속 확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이 전망하듯이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북한은 10년 뒤 핵무기 수십 기 이상의 핵전력을 실전 배치하는 ‘사실상 핵무기 국가’가 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 국민의 안위를 좌우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북한에 대한 공동성명’이 지침이 될 것이다. 성명에서 한·미는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로 다루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고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상시적 위반으로 규정하며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 안보리의 추가 조치를 대가로 치르게끔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원칙은 타당하며 전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이 지침에 맞춰 우리 정부는 우선 이번 핵실험에 대한 응징으로 대북 경제제재를 대폭 확대하고 외교적 압박을 늘리면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억제태세를 증강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도 높은 경제·외교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핵무장을 더욱 가속화할 구실로 삼을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부는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비핵화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정책 공동체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 글에선 정부가 새로운 비핵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제시할 것이다. 이는 과거 비핵화 외교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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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는 위기-합의-합의 붕괴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핵 협상에선 이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악순환이 발생할 때마다 북핵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상호 불신이 커져 남북 갈등이 증폭되면서 북핵 협상이 더욱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 이런 악순환의 배경은 북한의 일방적인 핵 합의 위반이 주된 원인이지만 한·미의 정부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변동, 그리고 한·미·중 간의 대북정책 이견도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국제적 정책공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둘째,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기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북한의 핵무장 기정사실화, 북한 붕괴론, 핵 협상 무용론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면 우리는 북한 붕괴론과 핵 협상 무용론에 빠져 ‘시간 벌기’의 유혹에 사로잡히게 된다. 북한의 붕괴는 핵과 군사 위협은 물론 이산가족·인권·통일 등 북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첩경이다. 하지만 현 북한 상황을 볼 때 붕괴 가능성은 낮다. 설사 붕괴가 발생한다 해도 언제 터질지 시점을 알 수 없는 ‘사건’으로서 정책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또 북한 붕괴정책은 주변국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붕괴 과정에서 전쟁 발발과 북한 정권의 핵 사용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미국 조야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붕괴를 기다리는 피동적인 ‘방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북 압박과 개입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북한 정권의 공격성과 비도덕성으로 인해 협상에 대한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북한이 실존하는 한 압박과 대화와 주고받기를 통해 비핵화를 추구해야 하는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셋째,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다양한 비핵화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북한은 특별히 높은 핵무장 동기를 갖고 있어 일반적인 비핵화 해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반도형’ 모델은 안보·경제 교환의 우크라이나식이나 정치적 빅딜의 리비아 모델, 안보 환경과 정권 변화가 전제된 남아공 모델 등이 복합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반도형’ 모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협력, 북·미 관계개선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 비핵화 로드맵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동안 상황을 관리하고 비핵화 진전에 필요한 신뢰를 쌓기 위한 단기적 조치가 요구된다. 북한과 이와 관련된 ‘미니 일괄 타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의 정치·경제·인권 현안과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초보적 조치가 미니 일괄 타결의 대상이다. 이를 위해선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과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지난해 남북 간에 처음 열린 ‘고위당국자 접촉’은 현재 양측 간에 유일한 고위급 정치·군사 대화채널이다. 이 접촉으로 성사된 8·25 합의에서 남북은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 북핵 책임자가 참가하는 ‘3+3’ 남북 고위당국자 핵 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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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