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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혁신의 기업가’가 성공하는 사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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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신년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CBS)에서 흘러나온 노랫말이 가슴을 울렸다. ‘때때로 우리 모두 꿈꿔요’ ‘모든 이웃이 친구처럼 지내는 세상을’ ‘우리 모두 희망과 이루려는 의지를 갖기 바라요’. 아바(ABBA)의 ‘Happy New Year’다.

 노랫말에 마음이 쏠린 이유는 ‘모든 이웃이 친구처럼 지내는 세상’을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동반성장 사회’로 받아들였고, 그런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희망하고 이루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실천의 필요성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 사회는 행복한 세상이 저절로 올 거라고 기대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정치는 불통의 리더십이 여전하고, 국정 운영을 책임진 여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대통령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야당은 대안 능력이 부족하고 내부 갈등에 빠져서 국민에게 소홀하다. 세계 경제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침체, 신흥국 경기 침체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내 경제 역시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4%에 이르고(신흥국은 30%) 내수 침체, 양극화, 이중노동시장 등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2016년으로 해는 바뀌었지만 2015년의 짐은 그대로 우리 등에 얹혀 그 무게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애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셉 슘페터가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지적한 ‘기업가’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다. 슘페터의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만큼이나 왜곡돼 있다. 시장자유주의자들은 기업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을 기업가로 부르며 경제 정의를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주장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는 단순한 기업 경영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슘페터의 기업가는 ‘혁신’을 일으키는 모든 개인으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생산 방법의 창출, 새로운 시장 개척, 원자재 공급원 발굴, 획기적인 조직 구축 등 생산요소들을 능동적으로 새롭게 결합하거나 창출하는 경제주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기업가는 돈벌이만 궁리하기보다는 무언가를 창조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을 발휘하면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그러한 혁신이 경제 성장을 추동하고, 정상 수준을 넘는 이윤을 창출한다. 슘페터는 이것을 ‘기업가이윤’이라 했고, 그러한 정신을 ‘기업가정신’이라 했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 중에서도 혁신을 이룬 경영자만을 기업가라고 할 수 있고, 기업을 운영하지 않는 공무원·정치인·교사·노동자들도 혁신을 이루면 그 사람이 곧 기업가정신을 구현한 기업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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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많은 기업이 있는데도 기업가의 출현이 어렵다고 한 이유는 상속 억만장자가 미국은 33%, 일본은 12%에 불과한 데 비해 한국은 84%일 정도로 한국 자본주의가 세습자본주의로 변했고, 경제 구조가 재벌 중심이기 때문이다. 과거 재벌 창업주는 국가 지원과 국민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사업에의 도전, 기술 개발과 같은 혁신을 통해 기업가이윤을 창출했다. 그런데 재벌 2세, 3세들은 창업주가 일군 기업체를 숙주 삼아 내부 거래로 자본을 축적하고, ‘갑질’이란 용어가 상징하듯 중소기업이 개척한 시장과 특허 기술을 거대 자본으로 탈취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창의력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같은 기업의 등장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이런 왜곡된 경제 구조에서는 ‘혁신의 기업가’가 출현해 한국 경제를 질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시대로 이끌기 어렵다. 슘페터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특정 학교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대우그룹의 몰락 경험과 대부분의 정부 고위직을 특정 지역 출신과 인맥으로 구성한 현 정부의 경직된 국정 운영 사례가 증명하듯 생태계의 다양성이 상실된 모든 조직은 유연성이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 경험적 사실이다. 그래서 혁신의 기업가 출현을 가로막는 재벌 중심 경제 구조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과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슘페터는 ‘호황기는 다수의 기업가가 출현할 때만 오며 그런 기업가들이 소멸하면 자본주의는 붕괴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자본주의의 위험은 외부가 아니라 기업가의 출현을 가로막는 재벌과 설익은 시장자유주의자, 재벌 장학생이 된 정치인·관료·언론인에게서 온다. 기업가의 출현을 가로막는 왜곡된 시장을 개혁하는 것은 국가 책임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 야당은 우리 사회에 혁신의 기업가가 지속적으로 출현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개혁을 요구하고 또 요구해야 한다. 행복한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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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