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정보의 홍수에 빠진 주택시장

춤추는 숫자에 울고 웃는 곳은 증시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각종 지표의 발표에 희비가 엇갈린다. 시장이 투명해지면서 부동산 지표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 초·중반 집값이 급등할 때 정부는 부정확한 정보가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고 보고 지표 개발에 적극 나섰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에 공개되는 가격·거래 관련 통계만 70여개에 달한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수치가 되레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숫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해석이 현실을 왜곡한다. 지표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표의 착시에 빠지면 부동산 시장이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가 매매 거래량과 미분양 물량이다. 지난해 달아오른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근거로 연말을 지나면서 뚝 떨어진 거래량이 자주 언급된다. 서울시의 실시간 아파트 실거래가 매매거래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거래량이 8269건으로 11월(1만334건)에 비해 감소한 건 맞다. 하지만 12월은 연말로 비수기여서 11월에 비해 거래량이 줄어드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2006~2014년 서울 아파트 월 평균 매매 거래량을 보면 12월이 7047건으로 10월(7623건)·11월(7751건)보다 적다. 계절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같은 달끼리 따져봐야 정확하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2006~2014년 12월 평균보다 20% 가까이 더 많다. 집값이 치솟았던 2006년을 제외하고 최고 수준이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거래량 줄었지만 예년보다는 많아지난해 11월 미분양 물량이 4만9000여가구로 전달에 비해 50% 넘게 늘었다는 정부 발표에 일부에선 시장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어쨌든 급변은 충격이다. 하지만 적게 팔려서가 아니다. 10~11월 두 달간 분양물량이 15만가구 가량 된다. 지난해 들어 9월까지 월평균 분양된 물량(4만여 가구)의 두 배 정도다. 지난해 분양시장 경기가 좋을 때 털어내기 위해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급증했다.



미분양 숫자만으로는 시장을 이해하는 데 부족하다.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한두 달새 안 팔린 숫자보다 단기간에 팔린 숫자가 더 의미 있다. 절반 이상 팔렸으니 말이다. 업계는 첫 분양 이후 1년 안에 60%만 팔면 사업이 순탄하다고 본다. 분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게 비정상인 셈이다. 또 미분양 ‘점수’가 떨어지긴 했어도 ‘과락’은 아니다. 팔리기 어려워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줄었다. 미분양 총량이 장기 평균 미분양(7만 가구)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이 ‘쌩쌩’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시장은 흐름이다. 추세를 봐야 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매매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연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13만여가구)이 2006~2014년 연평균(7만3000여가구)의 1.7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평균 70% 가량 더 많이 거래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이전 12월 평균보다 17% 많은 데 그쳤다. 거래량 증가세가 확 꺾인 것이다.



미분양도 당장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업체들은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분양할 생각에 올해도 예년을 웃도는 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속도가 분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미분양이 계속 쌓여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뀔 수 있다.



거래량과 미분양을 보면 아직 춥지는 않아도 주택시장의 온도가 내려가고, 김이 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갈 것으로 장담할 순 없다. 주택시장 역시 생물이다. 달리기 선수처럼 오래 달리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어서 속도가 떨어지고 숨 고르기가 필요할 수 있다. 느려진 맥박이 다시 빨라질 지는 앞으로의 시장 변수에 달려 있다.



통계 기준 다르고 연관관계 복잡해져헷갈리는 주택시장 통계도 있다. 청약 경쟁률이다. 수십 대 1, 수백 대 1의 1순위 경쟁률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1순위 자격이 다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기준으로 서울·수도권은 1년 이상, 지방은 6개월 이상이다. 지방의 문턱이 낮다 보니 지방 경쟁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지방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청약 열기가 더 뜨겁다고 볼 수 없다.



매매시장 동향에서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연계성이 끊기다시피 했다. 과거엔 서울·수도권의 주택시장 열기가 지방으로 남하하는 게 정설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갈라섰다. 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지면서 서울·수도권 지표와 지방의 지표로 다른 지역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정보의 투명화로 주택시장 지표가 쏟아지고 있지만 각종 지표들을 올바르게 해석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지표간 관계도 복잡해졌다. 부동산 시장이 ‘빅 데이터’의 바다에 빠졌다. 나무만 보다가는 숲을 놓칠 수 있다.



 



 



안장원 기자?ahnjw@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